나주서 세곡 싣고 가다 침몰 추정
역사속 조운선 모습 확인은 처음
속도 높이는 쌍돛대 구조 눈길
공납용 분청사기 등 다수 발견
고려 난파선 확정땐 ‘마도 5호’
바닷속에 잠들어 있던 조선시대 세곡(세금으로 거둔 곡식) 운반선이 600여년 만에 바다 위로 떠올랐다. 역사 속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조운선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1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태안 마도 해역 수중발굴조사 성과 언론공개회를 열고 지난 4월부터 진행한 ‘마도4호선’(사진)의 선체 인양작업을 지난달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마도4호선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은 2015년. 연구소는 마도4호선의 유물을 먼저 꺼내 보존 처리하고 길이 12m, 폭 5m의 선체는 보호를 위해 바닷속에 매몰해 관리하다 올해부터 선체 조각과 부품 등 110여점을 인양했다. 지금까지 통일신라 선박 1척과 고려시대 선박 17척이 발굴조사를 통해 확인됐지만 실물을 드러낸 조선시대 선박은 마도4호선이 유일하다.
선박 잔해에선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라 새겨진 목간 60여점과 ‘내섬(內贍·궁궐 공물과 외빈 접대용품을 관리하던 관청 내섬시)’이라고 새겨진 공납용 분청사기 150여점이 발견됐는데, 이는 마도4호선이 전라도 나주에서 거둬들인 세곡과 공물을 싣고 관료 녹봉 관리기관인 한양 광흥창의 창고로 향하다 난파됐음을 보여준다. 분청사기는 15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판명됐으며, 선박 조각들을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마도4호선은 조선시대 전기인 1420년쯤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선박 ‘쇠못’ 사용 첫 확인… 고려 배 흔적도 찾아
쌍돛대 구조, 선체 수리에 사용된 쇠못 등 조선 전기 선박의 특징도 확인됐다. 고려 선박이 중앙에 돛대 한 개만 세웠던 것과 달리 마도4호선은 앞부분과 중앙에 각각 돛대를 설치해 속도를 높이고 바람 방향에 따른 조종을 용이하게 했다.
고려 선박이 목재를 세로로 배열해 앞판(선수부)을 조립한 반면, 마도4호선은 가로로 배열해 내구성을 높였다. 또 고려시대에는 큰 나무못과 보조못을 함께 사용했던 것과 달리 작은 나무못을 다수 사용해 선체를 정밀하게 연결한 차이점도 드러났다. 특히 선체 수리에 나무못이 아닌 쇠못을 사용한 것도 우리나라 고선박 중 처음 확인된 사례다.
이번 인양작업 과정에서는 이보다 앞선 고려시대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난파선의 흔적도 새롭게 발견됐다. 연구소는 음파를 활용한 수중탐사장치로 마도 해역 일대를 조사하던 중 새로운 난파선의 흔적을 발견했고, 이후 잠수사를 투입해 조사한 결과 청자 다발 2묶음(총 87점)과 나무로 만들어진 닻, 밧줄, 볍씨, 선체 조각 일부, 화물 받침용으로 추정되는 통나무 등을 찾아냈다.
청자의 형태, 세부 문양 등을 조사한 결과 고려시대인 1150~1175년쯤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고려청자 생산지인 강진 사당리, 부안 진서리 등 3∼4곳의 가마에서 물건을 만든 뒤 당시 수도였던 개경으로 운반하다 배가 침몰했을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선박으로 최종 확정될 경우 ‘마도5호선’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신종국 수중발굴과장은 “유물 구성과 양상을 볼 때 마도1·2호선과 유사해 새로운 난파선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도 해역은 ‘바닷속 경주’라 불릴 만큼 난파 고선박이 자주 발견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 곳에 이 정도로 많은 유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고려, 조선시대에 연안 뱃길을 통해 한양으로 가려면 이 일대를 지나야 했는데, 조류가 거세고 암초가 많아 오래전부터 선박 침몰 사고가 잦았던 탓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392년부터 1455년까지 60여년간 200척에 달하는 선박이 태안 안흥량 일대에서 침몰했다는 기록을 전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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