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전라, 반라의 여인과 사람들이 뒤섞여 머리를 풀어헤친 채 몸을 격렬하게 흔들어댄다. 사방을 향해 축 처진 팔다리와 고개를 휘젓고 괴성까지 질러대는 것 같다.
 
 덴마크 출신의 독일 작가 에밀 놀데 작품인데, 그 시대의 불안함과 위기의식을 구약성서 내용을 끌어들여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모세가 하느님을 만나러 시내산에 올라가 보이지 않자, 사람들이 황금 송아지라는 눈에 보이는 우상을 만들어 노래하며 춤추는 장면에서 따왔다.
 
 
            그림이 그려진 1910년은 유럽에 1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돌던 시기였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기계 물질문명의 발달은 새로운 시대를 열고 미래의 진보를 약속하는 듯했다. 하지만 각 나라의 이익 추구가 제국주의를 낳았고, 첨단의 무기까지 만들어내면서 인류가 큰 비극으로 치닫게 됐다.
 
 놀데가 이런 시대 분위기를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의 향락에 심취한 황금만능적인 풍조로 비판했다. 황금 송아지로 우상 숭배라는 의미와 물질 만능적인 세태를 상징했다. 사람들이 그 주위를 돌며 춤추는 광경으로는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시대 분위기에 취한 모습을 풍자했다.
 
 인상주의 화가였던 놀데는 이런 세태를 인상주의 방식으로는 나타낼 수 없다고 생각했고, 거친 붓 자국과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는 표현주의 경향으로 향했다. 인상주의적인 밝은 색채를 사용했지만, 어두운 시대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해서 얼굴과 신체 그리고 색채들을 거칠고 해체된 형식으로 표현했다.
 
 표현주의 화가들은 왜곡된 형태와 거칠고 현란한 색채로 마음속의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 효과를 노렸다. 19세기 말 사람들 사이에 퍼진 사회적 위기의식과 정신적 혼란이 인간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라는 경계의 메시지도 담았다. 놀데가 표현주의로 향한 이유다.
 
 그래서일까. 축제 그림이 주는 카타르시스보다 경계의 메시지가 더 와닿는다. 눈앞의 자기 이익만을 앞세우는 지금의 국내외 상황 같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핵추진잠수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30/128/20251030521844.jpg
)
![[기자가만난세상] 한 줄의 문장을 위해 오늘도 뛴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30/128/20251030521804.jpg
)
![[세계와우리] 멀어진 러·우 종전, 북핵 변수 될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30/128/20251030521831.jpg
)
![[삶과문화] 공연장에서 만난 안내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30/128/2025103052176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