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을, 경남 거제의 한 다세대주택 옥탑방엔 여행용 가방 하나가 시멘트 속에 묻혔다. 그리고 그 안에는 한 여성이 있었다.
16년 동안 아무도 몰랐다. 그 옥탑방 주인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시멘트 구조물 옆에서 8년 넘게 살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59)씨에게 징역 14년형을 확정했다. 함께 적용된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에는 징역 2년 6개월형이 내려졌다.
김씨의 범행은 200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거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함께 살던 동거녀(당시 30대)와 말다툼 끝에 격분해 그녀의 목숨을 끊었다. 이후 그는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넣고, 옥탑방 야외 베란다 바닥을 파내 가방을 넣은 뒤 시멘트로 굳혀버렸다. 그 위엔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마치 집의 구조물처럼 위장했다. 누가 봐도 그 아래에 사람이 묻혀 있으리라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후 김씨는 그 집에서 약 8년간 평범한 생활을 이어갔다. 범행의 흔적은 콘크리트 속에, 죄책감은 일상 속에 묻혔다. 그는 2016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되기 전까지 그 집을 떠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2024년 여름. 그 집에서는 누수 공사가 진행됐다. 작업자가 베란다 시멘트를 깨내던 순간, 콘크리트 속에서 여행용 가방이 드러났고 그 안에는 이미 사망한 여성이 있었다.
2008년 그날 이후 16년 만에 드러난 진실이었다.
검찰은 김씨를 살인과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그의 범행을 “인간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없는 잔혹한 범행”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인 징역14년을 그대로 확정했다.
16년간 시멘트 아래 잠들어 있던 피해자는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가해자는 그보다 짧은 14년을 철창 안에서 보내게 됐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가난의 대물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28/128/20251028518076.jpg
)
![[데스크의 눈] 설국열차와 부동산 시장](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28/128/20251028518087.jpg
)
![[오늘의 시선] 한국외교에 경종 울린 ‘캄보디아 사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28/128/20251028518057.jpg
)
![[안보윤의어느날] 서툰 말 서툰 마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0/28/128/20251028517991.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