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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그날 밤 얘기 듣고 싶어”… 언어 달라도 울분은 같았다 [이태원참사 3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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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8 21:12:25 수정 : 2025-10-28 21:14:03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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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희생자 유족 첫 공개 간담회

“사고 9일 만에 만난 딸의 시신
방부 처리돼 화물칸 실려서 와”
이란서 수재였던 동생 잃은 언니
“韓 학생 사고 났다면 어땠을까”

먼 거리만큼 정보 제약 더 심해
피해 회복 이중 삼중으로 어려워
10개국 희생자 18명 유가족 34명
李정부 초청으로 처음 한자리에

“단순히 한 사람이 죽은 게 아니라, 우리의 희망과 삶이 사라졌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들이 모인 참사 추모공간 ‘별들의 집’ 벽면에는 희생자 159명의 밝은 미소가 담긴 사진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천장에는 빛에 반사된 별 장식들이 희생자들의 환한 웃음처럼 반짝거렸다.

타향서 잃은 가족… 꿈에라도 보고싶다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에서 참사 외국인 유가족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노르웨이인 희생자 고 스티네 에벤센의 부모가 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눈물을 닦고 있다. 최상수 기자

간담회에는 노르웨이·프랑스·이란 등 10개국에서 온 희생자 가족 34명이 참석했다. 외국인 희생자 26명 중 18명의 유족이다. 이재명정부 초청으로 24일 입국한 이들은 6박7일 일정으로 추모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인, 미국인, 일부 중국인 희생자 유족 12명도 방한했으나 이날 간담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배경으로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옷을 입은 유족들이 통역기를 끼고 앉았다. 언어는 페르시아어, 프랑스어, 중국어로 제각각이었지만 통역기를 통해 전해지는 서로의 아픔 앞에서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을 흘렸다.

한쪽 구석에선 두 살배기 아이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렸다. 스리랑카인 희생자 모하마드 지나트의 아들이었다. 참사 3개월 전 결혼한 지나트는 임신한 아내를 한국으로 데려올 준비를 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유족들의 질문은 한결같았다.

그날 밤 이태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한국 정부는 3년 동안 아무 말이 없었는지 물었다. 노르웨이인 희생자 스티네 에벤센의 부모인 에릭 에벤센과 수잔나 에벤센은 “그날 저녁 이태원에 경찰이 충분히 배치됐는지, 신고 전화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는지 알고 싶다”며 “우리는 한국이 안전한 나라라고 믿었다”고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붙어 있는 추모 메시지. 최상수 기자

이들 부부는 특히 스티네의 시신이 고국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힘겨웠다고 했다. 수잔나는 “참사 발생 9일 후에야 만난 딸의 시신은 방부 처리돼 있었다”며 “시신이 항공기 화물칸에 실려야 한다는 이유로 방부 처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장례업체가 발행한 청구서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매일 아침 딸이 사라진 게 악몽이길 바라며 일어난다는 에릭과 수잔나의 티셔츠엔 환하게 웃는 딸의 사진이 새겨져 있었다.

유족들은 이날 외국인 희생자 대부분이 한국 문화를 사랑했던 유학생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란인 희생자 소마예 모기미 네자드의 언니 마나즈 모기미 네자드는 “여동생은 아주 똑똑하고 재능 넘치는 여성이었다”며 “이란 최고 대학인 테헤란대에 입학했는데, 그때 이란 전국에서 10인에 드는 우수한 성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만약 이란에서 공부했던 한국 학생에게 이런 참사가 발생한다면, 한국인들은 이란을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8일 서울 종로구 별들의집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외국인 유가족 기자간담회에서 프랑스인 희생자 고 리바세 게네고 씨가 발언 중 딸의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유족들은 전날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방문해 진술 조사에 참여했다. 참사 3년 만에 이뤄진 공식 조사다. 이들은 그동안 참사에 대한 정보를 얻거나 진상 조사에 참여하는 모든 과정에서 소외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란인 희생자 알리 파라칸드의 고모인 마나즈 파라칸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15년 동안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얘기가 사실인지, 정보 공유가 안 되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정부는 참사 당시 상황이 담긴 대통령실 및 관련 기관 기록들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기록물은 최장 15년간 공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외국인 유족들은 한국인 유족들과의 연대가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수잔나는 “2년 전 처음 한국에 와서 한국 유족들을 만났을 때 서로 안아주고 많이 돌봐줬다”며 “서로 똑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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