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소유 플로리다 골프장서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
김동관 등 5대 그룹 총수 총출동
4인 1조인 조편성은 비밀에 부쳐
美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
기업들 대미 투자 계획 강조한 듯
스타게이트 등 추가 협력안 주목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프장 회동’이 막바지로 접어든 한·미 통상협상의 주요 지렛대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달 말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미 투자와 관세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스타게이트’를 포함해 양국 기업 간 추가 협력 사안이 나올지 관심을 받는다.
이재용 삼성전자·최태원 SK그룹·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들 전부나 일부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쳤는지 알려지진 않았지만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미국 대통령과 같은 골프장에서 한데 모인 건 처음이다. 이런 보기 드문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투자 유치 행사 일환으로 열렸다. 일본과 대만 기업인들을 비롯해 70여개 기업 총수들과 미국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까지 별장에 머물며 적극적인 대미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총수들 관세 협상 ‘지원 사격’
보통 4인 1조로 진행되는 골프 경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조에 배정된 기업인들이 누구였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일정은 없다고 공지하면서 누구와 골프를 쳤는지에 대한 기자단의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행사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진행됐다. 골프장 입구는 접근이 차단됐고, 참석자들이 이동할 땐 별장과 골프장 사이 도로도 통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장에 도착하고 각 조가 다른 홀에서 동시에 경기를 시작하는 ‘샷건’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됐을 것으로 보인다.
7시간 넘게 열린 이번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국내 기업 총수들이 대미 투자와 관세 인하 등과 관련한 깊은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조에 배정되지 않았더라도 경기 전후나 식사시간 등에 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관계 인사들도 참석한 만큼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시간 한국 정부의 경제·통상팀이 미국 정부와 막판 무역협상을 벌이며 에이펙 전 협상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커진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번 행사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여전히 25% 자동차 관세를 부과받는 현대차의 경우 한·미 통상협상이 장기화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최 회장은 행사 참석에 앞서 “어려운 경제 현안들이 상당히 많다”며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우리 경제에 기여가 되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밝혔다.
◆한·미 추가 협력도 관심
이번 행사는 정보를 통제한 환경에서 진행돼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지 사정은 보안이 철저해 기업 내부에서도 정보 접근에 제한이 크다. 사실상 기업 총수들만 진행 상황을 아는 것으로 보인다”며 “참석자들도 제한돼 총수들도 인력을 소규모로 대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국내 기업 투자와 관세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총수들을 불렀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모든 행사가 끝나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투자 요청에 국내 기업들은 앞서 발표한 대미 투자 계획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파운드리 공장 등에 370억달러(약 51조7000억원) 투자를 약속했고, 현대차와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도 각각 수십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화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논의에 주력할 전망이다.
5000억달러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추가 협력 사안이 나올지도 관심을 모은다. 골프 행사는 스타게이트를 주도하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주선했다고 한다. 소프트뱅크가 오픈AI, 오라클 등과 추진하는 이 사업에는 삼성과 SK 등 국내 기업들도 참여한다. 삼성과 SK는 최근 오픈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메모리 공급과 AI 데이터센터 건설 신기술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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