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사탄탱고’로 데뷔
2015년 부커상 수상 영예도
‘저항의 우울’ 등 작품성 인정
獨·美·스위스서 각종상 수상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헝가리 소설가 라슬로 크러스너호르커이(71)는 암울하고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를 깊이 있고 통찰력 있는 문장으로 풀어내는 작가로 유명하다. 스웨덴 한림원은 9일(현지시간) 그를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종말론적 두려움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재확인하는 강렬하고 선구적인 작품’을 그 선정 사유로 밝히기도 했다.
“포스트모던한 작품” “디스토피아적”이라는 평가를 자주 받기도 한 그는 수준 높은 작품성과 문장으로 독일의 베스텐리스테 문학상, 스위스의 슈피허문학상, 미국 내셔널 북어워드 번역문학상 등 많은 국제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미국 평론가 수잔 손탁으로부터 “고골과 멜빌에 비견될 만한 현대 헝가리의 묵시록 거장”이라는 격찬을 받았고, 독일 평론가 W. G. 세발트에게선 “그의 비전이 지닌 보편성은 고골의 ‘죽은 영혼들’에 필적”한다는 상찬을 듣기도 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1954년 헝가리 줄러에서 변호사인 아버지와 사회보장국 관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뒤 대학에서 법학과 헝가리 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나처럼 예민한 미적·도덕적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 살아남을 수 없는 처지와 나라에서 자랐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1985년 복잡하면서도 강렬한 소설 ‘사탄탱고(Satantango)’를 발표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소설은 오랫동안 죽은 줄 알았던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 주인공이 신비로운 상황에서 갑자기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붕괴하는 농촌 공동체를 암울하면서도 매혹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품은 1994년 친구이자 영화 감독 벨라 타르에 의해 7시간 분량의 영화로 각색됐고, 역대 최고의 예술 영화 중 하나로 평가받았다. 작품은 약 30년 뒤인 2013년 영어로 번역돼 2015년 헝가리 작가로는 최초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그에게 안겼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놀라운 문장들, 믿기 힘들 정도로 깊이 파고드는 믿기 힘든 길이의 문장들, 엄숙함에서 광란, 의문, 황폐함으로 어조가 변하며 제멋대로 길을 가는 어조”를 언급했고, 크러스너호르커이에 대해선 “탁월한 강렬함과 음역을 갖춘 예지력 있는 작가”라고 평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1993년 소설 ‘저항의 우울’로 그해 최고의 문학 작품에 수여되는 독일 베스텐리스테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헝가리 문학의 차세대 기수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1987년 처음으로 헝가리를 벗어나 서베를린에서 1년을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일본, 몽골 등 다양한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다채로운 작품을 선뵐 수 있었다.
그는 이후 ‘서왕모의 강림’(2008),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 ‘맨해튼 프로젝트’(2018), ‘궁전을 위한 기초작업’(2018), ‘언제나 호메로스’(2019), 중단편소설집 ‘라스트 울프’(2009), ‘세계는 계속된다’(2013) 등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아온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영국의 유명 베팅 사이트 ‘나이서 오즈’가 공개한 노벨문학상 배당률 순위에서는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에 이어 두 번째로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그는 현재 헝가리 센트라슬로 언덕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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