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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영원성을 위한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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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2 21:09:31 수정 : 2025-10-02 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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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문명은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했다. 해마다 6~7월이면 강이 범람해서 강가에 비옥한 흑토가 조성되었고,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기 위한 지식과 시설을 발전시켜 가면서 문명이 탄생되었다는 얘기다.

이집트 미술은 이 강 유역의 풍요 속에서 두 번의 전성기를 이뤘다. 첫 번째 전성기는 하류의 멤피스를 중심으로 한 고왕국 시대로 왕의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피라미드가 많이 지어진 ‘피라미드 시대’이다. 두 번째 전성기는 그보다 대략 1000년 후 상류의 테베를 중심으로 한 신왕국 시대로 ‘위대한 신전들의 시대’로 불린다. 돌을 쌓아 올리는 피라미드 방식과 달리, 돌을 깎아서 만든 무덤들과 거대한 신전이 많이 지어졌다. 대표적인 곳이 60여명의 왕들 무덤이 모여 있는 ‘왕들의 계곡’이다.

‘궁정 관료 조각상’(이집트 신왕국 18왕조, 기원전 1521∼1310년쯤)

이 작품은 ‘왕들의 계곡’의 한 무덤에서 발견된 궁정 관료의 조각이다. 육면체인 돌덩어리를 그 형태를 살리면서 깎아서 단순하고 정돈된 모습이다. 얼굴은 사실적으로 나타냈지만, 팔과 발은 흔적만 보이고 육면체 자체가 몸통을 대신하고 있다. 몸통의 전면과 받침대의 전면에는 그 시대와 왕을 보필했던 그 관료의 행적에 대해서 상형문자로 기록해 놓았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집트인들은 미술작품에서 사건과 인물들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랐다. 이를 위해서 형태를 되도록이면 명확하게 나타내려 했고, 원칙을 철저히 지키려 했다. 조각에서는 육면체를 기준으로 작품을 깎는 방향도 정면, 측면, 위에서 아래로 세 방향만을 허용했으며, 좌상의 경우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양발도 가지런하게 정렬해서 단순함과 엄숙함을 드러내려 했다.

이 작품의 얼굴 묘사를 보면, 이집트 미술이 사실적 묘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설득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이집트 미술의 목적과 기능은 영원히 지속되고 후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세한 기록을 남기고, 명확한 원칙을 지킨 이미지를 만들어 내려 했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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