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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배터리·서버간격 고작 60㎝… 열 폭주에 완진까지 22시간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

입력 : 2025-09-28 18:26:49 수정 : 2025-09-28 22:46:31
박진영·김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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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 화재… 피해 왜 컸나

리튬이온배터리 이전 작업 중 발화
384개 전소… 업무시스템 96개 피해
서버 간 간격 1.2m … 진화 애 먹어

보증기간 10년… 사용기한 1년 지나
행안부 “교체 권고받은 바 없었다”
업체 “2024년 정기점검서 교체 권고”

“국가 주요 정보 시스템은 대전 센터와 광주 센터 간 실시간 백업을 수행하고 있다. 대전 센터가 화재로 소실될 경우 3시간 이내 복구할 수 있게 돼 있다.”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를 부른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캠퍼스 화재 당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측은 이같이 자신했으나, 대전 본원 화재로 멈춰 선 국가 전산망, 행정정보 시스템은 사흘째 복구되지 않고 있다. 시스템에 쓰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취약성과 함께 관계 당국의 ‘안전 불감증’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발화를 막아라”… 소화 수조에 담긴 리튬이온 배터리들 28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화재 현장에 전소된 리튬이온 배터리들이 소화 수조에 담겨 있다. 화재 현장에서 배터리 384개 반출을 완료한 당국은 폐배터리의 추가 발화를 막기 위해 2∼3일 수조에 담궈놓기로 했다. 대전=뉴스1

28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화재는 지난 26일 오후 8시15분쯤 대전 유성구 국정자원 본원 5층 7-1전산실에서 작업자 13명이 ‘무정전 전원 장치(UPS)’ 리튬이온 배터리 이전 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다. 배터리 한 개에서 불꽃이 튀어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UPS는 정전 시 전력을 공급해 데이터센터에 필수적인 장치다.

 

화재로 7-1전산실 배터리 384개가 전소돼 96개 시스템이 피해를 입었다. 행안부는 당초 70개 시스템이라고 밝혔다가 “착오가 있었다”며 정정했다. 여기에 전산실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항온·항습기가 고장 나 서버 과열이 우려되자 시스템 안전을 위해 대전 본원의 나머지 551개 시스템을 포함한 647개 시스템 전체 가동을 선제적으로 중단했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화재 진압이 쉽지 않았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불이 나면 끄기 어렵고, 꺼진 것처럼 보여도 살아날 수 있다. 국정자원엔 리튬이온 배터리와 서버가 같은 공간에 있었다.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서버와 전기 설비가 같은 층에 있어 4차례에 걸쳐 그 장비(UPS 배터리)를 지하로 이동 중이었다”며 “2번은 문제없이 끝났는데 사고가 났다”고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배터리와 서버 사이 간격은 약 60㎝에 불과했다. 중앙 통로, 서버 간 거리는 약 1.2m다. 이 때문에 화재 진압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전날 “데이터 손실을 막기 위해 다량의 물을 투입하기 어려웠고, 이산화탄소 등 가스 소화 설비를 사용하다 보니 신속한 진화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 연쇄 폭발 현상 탓에 한때 전산실 내부 온도가 160도까지 치솟기도 했다. 초진은 화재 발생 10시간 만에, 완진은 22시간 만에 성공한 이유다.

 

전소된 배터리 384개 반출은 완진 뒤 3시간36분 만에 완료됐다. 중대본은 “전산실 내 연기와 열을 외부로 배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철거 과정에서 추가적인 스파크 등 화재 개연성이 높아 배터리 반출에 장시간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염흥열 순천향대 명예교수(정보보호학)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화재에 취약하다”며 “서버와 UPS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리해 지하실로 옮기던 과정에서 폭발하며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봤을 때, 외부 충격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매뉴얼이 잘 준수됐는지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리튬이온 배터리로 만들어진 해당 UPS 배터리는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 2014년 8월 설치돼 사용 연한(10년)이 1년 지났다. 행안부 관계자는 “배터리 관리 업체로부터 1년에 2차례 정기 점검을 받고 있고, 올해 6월 점검에선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교체를 권고받은 바 없다”고 했다.

 

행안부 설명과 달리 지난해 6월 정기 점검에선 배터리 교체가 권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LG CNS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지난해 국정자원이 배터리 점검을 위해 발주한 사업을 일회성으로 수행한 업체가 있고, LG CNS는 그 업체를 지원해 같이 점검했다”면서 “당시 점검 보고서엔 ‘배터리 사용 연한 10년 도래로 교체를 권고한다’고 돼 있다”고 했다.

 

국정자원은 또 지난해 9월 대전 유성소방서와 합동 모의 훈련까지 하고도 이번 피해를 막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상황을 가정한 대국민 서비스 중단 방지를 목적으로, 행정 서비스 중단 가능성 대비 등을 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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