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는 무인기를 격추하는 요격 드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폭·정찰 드론이 널리 쓰이지만, 요격 수단이 적절치 않다는 점이 드러나면서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본격화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신속시범사업 대상사업으로 ‘대드론 하드킬 근접방호체계’를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관리기관인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은 10월 중 입찰공고를 통해 사업수행기관을 선정,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약 2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시제품을 생산하고, 2028년부터 군에 배치해 성능입증시험을 진행한다.
해외에서도 무인기를 요격하기 위한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추세에 부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이 무인기 운용을 확대할 가능성에 대비, 해외의 유사한 무기체계보다 성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드론 공격 저지 핵심, 요격 드론
대드론 하드킬 근접방호체계는 적의 중형 자폭 드론이 접근하면, 탐지레이더로 포착하고, 일정 거리에 들어오면 요격드론을 발사해 격추한다.
탐지레이더가 적 드론을 중거리에서부터 추적해 요격드론을 유도하고, 드론이 일정 거리로 접근하면 요격드론의 적외선(IR) 탐색기로 포착·격추한다.
성공 여부는 전자광학/적외선(EO/IR) 장비로 확인한다. 실패하면 남은 요격드론으로 재차 대응한다.
요격드론은 무인기를 격추하고자 만든 무기로, 드론 대 드론 요격 방식의 핵심이다.
지상 레이더나 센서가 적 무인기를 발견하면 요격 드론을 발사한다. 데이터 링크 또는 자율 항법으로 표적에 접근한다.
요격드론이 표적에 직접 충돌해서 파괴하는 방식, 표적에 접근 후 그물을 발사해서 프로펠러를 감아 추락을 유도하는 방식, 근접신관 탄두를 탑재해 폭발로 파편을 살포해서 드론을 파괴하는 방식이 쓰인다.
요격 드론은 전파방해나 레이저 무기에 의존하던 안티 드론 체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상업용 드론을 활용한 테러 등은 위성항법체계(GPS)나 통신을 교란하는 전파방해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널리 쓰이는 1인칭 시점(FPV) 드론이나 중·대형 무인기는 문제가 다르다.
중·대형 무인기는 탑재중량이 커서 항재밍 기술 적용이 쉽다.
FPV 드론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파방해로 추락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FPV 드론에 항재밍 장비를 탑재하는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레이저 무기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기후 등의 제약을 받는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중국에서 스카이실드 통합 대드론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 레이저가 결합된 형태다.
하지만 사막의 먼지와 모래가 광학 센서의 추적을 방해하고 레이저 빔의 출력을 약화시켰다. 고온의 열기는 레이저 출력 강화에 사용해야 할 전력을 냉각에 쓰게 했다. 요격 능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고가의 지대공미사일을 사용하기에는 비용 대비 효과, 적 전투기 대응에 필요한 방공망 유지 등이 걸림돌이다. 요격 드론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요격드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포르템 테크놀로지스가 만든 드론헌터 F700은 자체 레이더로 표적을 탐지하면 요격드론을 발사, 드론에 장착된 그물포를 쏴서 포획한다. 이후 낙하산을 전개해서 추락에 따른 2차 피해를 막는다.
30분 동안 비행하면서 인공지능(AI)으로 표적을 정밀 조준한다. 레이더와의 연계를 통해 작전 성공률도 높였다. 다만 군집드론 공격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미국 안두릴이 개발한 인터셉터 드론은 AI 기반으로 영상을 인식해 표적을 추적, 빠른 속도로 충돌해 격파하는 방식이다. 최고속도가 160∼200㎞에 달해 즉각적인 요격이 가능하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과 엘빗 시스템즈 등이 통합 대드론 방어체계의 일부로서 레이더·전파방해장치와 함께 요격드론 운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다층 방어가 가능하지만 체계 구성이 복잡해져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러시아군이 전자전과 요격드론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FPV 드론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도 FPV 드론을 개조해서 러시아군 샤헤드 자폭드론을 격추하고, 러시아군 무인정찰기를 소형 드론으로 들이받아 격추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이같은 특성을 주목, 요격 드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이 요격드론 개발하려면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계기로 드론 기술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지난해 8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무인기연구소를 시찰했고, 같은해 11월엔 김 위원장이 자폭드론 성능시험을 감독했다. 올해에도 북한의 군 관련 행사에서 자폭 드론 또는 폭발물 탑재 드론이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의 지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지난 6월 외신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러시아산 가르피야 드론과 이란산 샤헤드 자폭드론의 러시아 버전인 게란 드론 생산능력을 북한에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경험이 반영된 러시아산 자폭드론을 북한이 생산·배치하면, 유사시 드론 위협은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 드론 공격을 저지할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내에선 일부 기업에서 요격드론을 선보이고 있다. 니어스랩이 개발한 카이든(KAiDEN)이 대표적이다.

카이든은 적 드론을 자율적으로 추적, 충돌해 파괴하는 드론이다. 카이든은 지난해 7월 시속 60㎞로 비행하는 고정익 드론과 충돌해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
니어스랩은 카이든이 방공 레이더 시스템과 쉽게 연동이 가능하며, 레이더로 탐지된 적 드론을 요격하도록 명령하면 인간의 개입없이 곧바로 출격해 상대 드론을 요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전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요격 성능을 높이고자 카이든 4기를 탑재하는 발사대를 운용하고, 카이든에 근접신관과 탄두를 탑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자폭드론을 배치해 러시아군처럼 대량운용한다면, 드론 방어체계의 능력도 그만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선 대드론 하드킬 근접방호체계 개발에서 탐지·식별능력과 요격드론의 성능 향상, AI 기술 적용 확대, 비용절감 등이 대폭 적용될 필요가 있다.
자폭드론은 소형으로서 레이더 반사 면적도 작아서 탐지가 어렵다. 탐지를 해도 위협 여부를 식별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지난 2020년 군 당국이 대드론체계 전투실험을 했을 때, 탐지 이후 식별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되어 위협 여부를 판단하고 대응하는데 제한이 생기기도 했다.
레이더와 전자광학/적외선(EO/IR) 센서 등을 통합하고, AI 기술을 적용해 표적의 정체 등을 빠르게 식별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개·먼지, 전자파 간섭, 조류 등의 상황에서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탐지·식별할 수 있고, 주파수를 쓰지 않는 자율비행이나 경로비행 방식으로 날아오는 드론에 대한 탐지·식별능력도 필수다.
요격 드론의 성능 강화도 필수다. 북한 자폭드론의 속도와 비행능력을 감안하면, 요격 드론은 AI에 의한 자율 유도 기능과 더불어 빠른 속도와 우수한 기동력을 갖춰야 한다.
탄두는 반드시 탑재할 필요는 없지만, 타격 옵션을 늘리는 차원에서 근접신관을 쓰는 탄두의 사용도 고려할 수 있다.

요격 드론 생산 및 운영비 절감 노력도 이뤄저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그랬던 것처럼 자폭드론 다수를 남쪽으로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한 달 동안 샤헤드 자폭드론 5000대 이상을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 지상 표적에 명중하는 비율을 15%까지 높였다. 러시아군이 샤헤드 드론을 대량 운용하면서 우크라이나군 방공망이 뚫린 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도와 파병을 단행한 북한도 러시아군의 드론 작전을 유사시 한반도 작전계획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군집 자폭드론 공격에 대비해 발사대에서 다수의 요격드론을 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예비용 요격드론을 발사대에 신속하게 재장전하는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요격드론의 대당 가격도 낮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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