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분야 ‘멘토’로 불렸던 리처드 하스(74) 전 미 외교협회(CFR) 회장이 “세계 안보의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이라고 경고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23년 7월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의 퇴임 인터뷰에서다. 하스 전 회장은 미국을 최대 위협으로 지목한 이유를 정치시스템 붕괴로 인한 미국의 내부 위협을 꼽았다. “우방국이 미국에 의존하기가 어려워졌다”고도 했다. 입증에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국방부’(Department of Defense) 명칭을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지금 세계가 어떤 상황인지를 고려하면 전쟁부가 훨씬 더 적합한 명칭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마침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초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이 ‘김정은 도청장치’ 설치를 위해 북한에 침투하다 북한 어선과 마주치자 어민을 모두 사살하고는 철수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왔다. 암암리에 미국의 힘을 과시했던 이런 군사작전들이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인 6일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치포칼립스 나우’(Chipocalypse Now)라는 제목의 이미지를 게재했다. 검은색 기병대 모자와 군복 차림의 트럼프 대통령 뒤로 화염이 일고 헬기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베트남전의 잔혹성을 고발한 1979년 영화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아포칼립스 나우)을 패러디해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Chicago)에 주 방위군 병력을 투입, 이민자 단속 및 범죄 척결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한국인 근로자 구금사태로 볼 때 그냥 올린 게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진을 공유하며 “나는 아침의 추방 냄새를 사랑한다”고 썼다. 원래 영화 속 킬고어 중령의 “나는 아침의 네이팜 냄새를 사랑한다”는 대사를 차용했다. 또 “시카고는 왜 그것이 전쟁부라고 불리는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불법 이민자들을 쫓아내겠다”는 배척의 구호가 더욱 난무할 듯싶다. 실행에 옮겨진다면 자유민주주의에 깊은 내상을 안길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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