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처치 안내하려 했지만 움직일 수 없는 상태
신고 당시 가해자로 ‘피자가게 주인’ 지목
서울 관악구 한 피자가게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당시 칼에 찔린 피해자가 직접 119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고자는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다친 상태였고, 나머지 피해자들도 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고자는 119에 피자가게 주인이 칼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소방청으로부터 받은 서울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 녹취록을 보면 피해자가 119에 신고한 시각은 3일 오전 11시6분이다. 피해자는 전화를 받은 소방관에게 “칼에 찔렸어요”라고 말하며, 어디를 찔렸냐는 물음에 “배”라고 답했다. 이어 누가 찔렀냐는 질문에는 “(피자가게) 주인이 찔렀어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관악구 조원동에서 2년가량 피자 가맹점을 운영한 A(41)씨는 3일 오전 본사 직원B(49)씨, 인테리어 업자이자 부녀 사이인 C(60)씨와 D(32)씨 등 3명을 흉기로 공격해 숨지게 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A씨도 크게 다쳤다. 온라인에서 중국동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당시 신고자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는 모두 의식이 없었다. 전화를 받은 소방관이 ‘몇 명 다친 거냐’고 묻자 신고자는 “세 명이요”라고 말했는데, ‘3명 다 의식은 있는 거냐’는 질문엔 “없어요”라고 답했다.
피해자들이 의식이 없다는 말을 들은 소방관은 응급처치 부서를 연결하려고 했지만 신고자 역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응급처치 부서 잠깐 연결할 거니까 끊지 마세요”라는 말에 신고자는 “제가 못 움직여요. 빨리 와주세요”라고 했다.
소방은 이 신고에 앞서 경찰로부터 두 차례 공동대응 요청을 받았다. 각각 3일 오전 10시53분과 오전 11시2분이다.
한편 서울 관악경찰서는 A씨가 치료를 마치는 대로 살인 혐의로 체포해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A씨는 현재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으며, 퇴원까지는 수일이 걸리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측은 가게 인테리어 문제를 두고 피해자들과 갈등을 빚어왔으며, 이날도 같은 이유로 말다툼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운영한 가맹점의 본사는 전날 입장문을 냈다.
본사 측은 “2021년 10월 직영점 오픈(개장) 후 가맹사업을 한 이래 어떤 점주에게도 리뉴얼(재단장)을 강요한 적 없다”며 “이번 사건은 인테리어 업체와 (A씨 사이의) 유무상 수리에 대한 갈등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A씨가) 타일이 깨진 부분을 책임지라고 인테리어 업체에 요구했고, 인테리어 업체가 오픈한 지 2년 가까이 돼 보증기간이 지나 유상 수리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갈등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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