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릴레이회담 다른 정상들과 달리
별도로 시간 잡고 회담장 인근 통제
김정은에 최고 수준 예우 보여주며
대북영향력 회복·대미협상력 얻으려
北, 코로나로 끊긴 경제협력 회복 절실
식량·비료·원유 수출 재개될지 관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4일 정상회담은 북·러 밀착 이후 이상기류를 보였던 북·중 관계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중국인 단체 관광 재개 등 북한의 외화벌이를 위한 양국 경제 교류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중국은 북·중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에 맞선 ‘다자주의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약화한 것처럼 보이는 것을 우려하는 중국과 경제적으로 중국이 절실한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셈이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전날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 주석과 만난 이후 이틀 연속 만남을 가진 것이다.

중국은 이날 회담한 다른 정상들과 달리 김 위원장이 회담 장소로 향할 때는 인근 도로를 전면 통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정상들과 짧은 시간 ‘릴레이’식으로 회의했던 것과는 다르게 김 위원장과의 회담은 저녁 시간에 별도로 마련됐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회담에선 양국 간 경제 협력 강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교역 확대, 중국 관광객 유치, 북한 노동자 파견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방중 수행단에 김덕훈 당 중앙위 비서 겸 경제부장이 포함돼 이러한 전망이 나왔다. 김덕훈은 얼마 전까지 경제수장인 내각 총리를 맡는 등 김 위원장 신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북한 대외 교역량의 90%대를 차지하는 최대 무역국가다. 북한 경제는 사실상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북·중 경제 교류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와 지난해 북·러 밀착 후 침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이 북한의 ‘돈줄’을 잠그는 식으로 북·러 관계에 대한 불편함을 표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전후 중국이 북한 노동자들의 귀국을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흘러나왔다. 해외 노동자 파견은 북한의 대표적 외화벌이 수단이다.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중국인들의 단체 관광 역시 코로나19 유행 이후 재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마식령 스키장 조성 등 관광업 발전을 숙원 사업으로 삼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밀착해 있고, 중국과는 경제 협력을 더 시급한 현안으로 (여기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안러경중(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을 꾀하며 체제 안정과 전략적 지위 확보를 추구할 것이라는 취지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 협력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방안을 논의했을지 주목된다. 최근 장마당 물가가 폭등하는 등 북한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향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식량, 비료, 원유 수출 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정상회담을 통해 신냉전 구도 속 전략적 지위를 과시하며 대미 협상력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 보유국인 중·러를 뒷배로 삼는 모습으로 북한이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후 북·러 관계가 재조정될 가능성에 대비해 외교를 다변화하려는 의도도 깔렸다.
중국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일정 내내 의전에 부쩍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전날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리셉션 등에서 김 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의전서열 2위’에 해당하는 예우를 받았다. 열병식 당시 시 주석은 좌우로 김 위원장 및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올랐고, 열병식 이후 이어진 오찬 리셉션에서도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입장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중·러 밀착에 따른 신냉전 구도가 부담스러우면서도 김 위원장에게 최고 수준의 예우를 한 것에 대해 향후 미·중 간 대화에서 북한에 대한 통제권을 여전히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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