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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3각 동맹 공식화… 시진핑 ‘反서방 수장’ 이미지 굳히기 [中 전승절]

입력 : 2025-09-03 17:59:40 수정 : 2025-09-03 21:30:39
배주현 기자 jhb9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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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 드러낸 시진핑

‘전략적 연대의 축’ 대내외에 과시
美 중심의 세계 질서에 도전 의지
트럼프 관세 폭탄에 전 세계 혼돈
24國도 초청… 확실한 편 만들기

3일 열린 중국의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서면서 “반(反)서방 수장 이미지를 굳혔다”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중국이 북한과 러시아와 연대를 구축한 이른바 ‘3각 동맹’을 공개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비서방 국가까지 아우르며 국제 질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다.

레드카펫 걸으며… 열병식 행사장 가는 정상들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장으로 향하는 레드카펫 위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오른쪽)을 비롯한 참가국 정상들이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이날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 주석은 김 위원장, 푸틴 대통령과 열병식장에 담소를 나누며 함께 등장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북한·중국·러시아(옛 소련 포함) 지도자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66년 만에 처음으로, 이들은 톈안먼 망루 위 시 주석을 중심으로 좌우에 나란히 서 주목을 끌었다.

이를 두고 외신은 중국이 ‘반미’로 묶인 북한과 러시아 최고지도자와 함께 서방 중심 국제질서에 대항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세 정상이 나란히 선 장면은 단순한 연출을 넘어 북·중·러가 전략적 연대의 축을 구축했음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시 주석이 김 위원장, 푸틴 대통령과 ‘서방에 도전’하는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소개하며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회동하는 것은 서방 주도 질서를 재정의하려는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시 주석의 영향력을 입증한다”고 해석했다. 시 주석이 중국을 미국 이후의 국제 질서의 관리자로 만들려 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무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을 열병식을 통해 과시했다는 것이다.

닐 토머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정치전문가는 “(열병식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의 존재는 중국이 세계 최고의 권위주의 국가로서 역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세 정상의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며 중국이 신(新)냉전 구도를 연상시키는 연출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왔다.

열병식에 초청된 26개국 명단에서도 ‘반서방의 중심축’에 자리매김하려는 중국의 영향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날 열병식에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등 권위주의 체제 국가 또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신흥국·개도국) 국가의 원수 및 정부 수뇌만 참석하면서다. 특히 서방국 주요 정상은 참석국 명단에 없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등의 무역정책으로 전 세계가 혼돈을 겪는 상황 속 열병식을 통해 사실상 ‘반서방 연대’를 구축했다는 해석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열병식은 중국이 세계의 중심 국가로 부상하는 것을 견제하려는 국가들에 대한 경고”라며 “시진핑의 퍼레이드는 중국이 다시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베이징에서의 무력시위는 중국이 외세의 압력에 저항할 만큼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한 관람객들이 오성홍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 중앙통신사(CNA)는 소셜미디어 계정 ‘중국과 외국 요람’의 분석을 인용해 “26개국 명단이 중국의 현재 국제적 처지와 작금의 국제 관계 구도를 거울처럼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반서방 연대’가 현실 외교 상황에 따른 실용적 연대에 그친다는 점에서 중국 외교의 한계도 분명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특히 최근 미국 관세 정책에 맞서 중국과 손을 잡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번 열병식에서 모습을 비추지 않으면서다. 모디 총리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열병식에 앞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만 참석한 뒤 열병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둘은 일반적으로 서방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군사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열병식에서 중국 최고 지도자들과 나란히 서는 것을 자제하는 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미 연대’임은 분명하지만 결정적 공동방위 조약이나 신뢰 관계가 없는 취약한 협력에 불과하다”며 “각국의 정치적 우선순위가 달라 실제 충돌 국면에서는 서로를 방어할 강제력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AP통신도 “올해 열병식은 중국 주도의 SCO 정상회의 폐막 직후 열리는데 두 행사의 참석자 명단이 완전히 겹치지 않아 중국의 이해관계와 이웃 국가들 사이에서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배주현 기자 jhb9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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