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역에 왕이 등 中 간부들 영접
金 “6년 만에 訪中 기뻐” 환대에 사의
北 초청 공들인 中, 정상회담 유력
北·러와 각각 양자 관계로만 판단
한편으로 묶이는 모습은 자제 전망
국정원 “당장 3자 협력 가능성 작아”
김주애 동행 관련 “배제 못해” 분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들어 낼 메시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밀도 높은 권위주의 체제 국가를 이끄는 세 정상의 ‘브로맨스’를 형성할지도 관심사다. 전날 오후 평양을 출발한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중국 단둥과 선양 등을 거쳐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간)쯤 인공기를 달고 베이징역에 들어오는 모습이 한국 취재진에 포착됐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 내 집무실 칸에는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탑승했다. 베이징역에는 중국 안보라인 수장인 중국 서열 5위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인융 베이징시 당서기 등 주요 간부들이 영접을 나왔다. 김 위원장은 “6년 만에 또다시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중국 측 환대에 사의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베이징역 도착 이후 바로 베이징 시내에 있는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향했다.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동선을 즉각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2023년 9월 10일 평양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방문할 때는 이틀 뒤인 9월 12일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3일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고 방중 일정을 소화한 뒤 4일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국 방문이 김 위원장에게는 다자 외교 데뷔전인 만큼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 어떤 활동을 할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현재까지 중국과 북한 모두 양국 간 정상회담 일정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중국이 북한 초청에 공을 들인 만큼 시 주석과 김 위원장 간의 회담은 성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오전 국제사회는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북한, 중국, 러시아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을 보게 된다. 러시아 크레믈궁이 앞서 밝힌 열병식 좌석 배치에 따르면 시 주석의 오른편에 푸틴 대통령이, 왼편에 김 위원장이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북·중·러 3개국 정상이 함께 모인 것은 그 자체로도 강력한 메시지다.
북·중 정상회담과 별개로 북·러 정상회담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북·중·러 3개국 정상이 함께 회담을 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그동안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관계를 묶어서가 아니라 각각 양자 간의 관계로 판단해왔다”며 “북·중·러가 한 편으로 묶이는 모습은 중국 측에서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 보고를 통해 북·중 정상회담 개최와 북·러 정상 간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며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북·중·러 세 나라의 연대를 과시하는 파격적 행보라고 평가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은 보고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3일 열병식에서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 성루에 서서 냉전기 3각 연대 구도를 재현할 것으로 국정원은 전망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100% 확실하다는 것이고,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현재 북·러 관계를 감안할 때 상당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방중 배경으로 “한반도 정세 주도의 최적카드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북·중 관계를 복원해 운신의 폭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견인하고, 러시아 편중 외교를 탈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국정원은 해석했다.
국정원은 “당장 실질적인 북·중·러 3자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북한이 전향적인 새로운 국가발전 노선을 제시하거나 러시아로부터 반대급부 수확에 나서면서 방러 카드도 저울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는 최선희 외무상과 노동당 김성남 국제부장, 현송월 부부장 등이 수행하는 한편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 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동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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