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상벽 합류 새로워
송창식·김세환 같은 무대서
처음 노래하는 것도 의미
이장희 함께 못해 아쉬워
화가로 명성 높을 때 대작 논란
욕이란 욕 다 먹고 사람들 떠나
남은 건 딸과 사는 집 뿐이지만
하루하루 후회 없이 살면 그뿐

한국 포크의 전설 ‘쎄시봉’의 멤버들이 57년 만에 한 무대에 선다. 6일 경기 성남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을 개최한다. ‘쎄시봉’은 1960년대 서울 무교동의 음악감상실이자 라이브 공연장의 이름이다. 그러면서 그곳에서 노래를 불렀던 포크 가수들의 모임도 뜻한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등이 그곳에서 노래를 불렀다. 방송인 이상벽은 당시 진행을 맡았다. 이후 각자의 길을 걸었던 그들이 ‘더 라스트 콘서트’란 부제를 달고 콘서트를 다시 연다.
최근 서울 청담 자택에서 만난 조영남은 이번 콘서트의 개최 계기와 멤버들간의 뒷이야기, 그리고 ‘더 라스트’라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조영남은 동료 가수 이장희가 이번 콘서트를 개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콘서트 아이디어는 이장희가 냈어요. 어느 날 울릉도에 살던 이장희가 서울에 올라와서 ‘우리가 다 늙어 노래를 못할 때가 될 건데, 그전에 한 번 같이 모여서 노래를 해보는 건 어때?’라고 했죠.”
조영남, 송창식, 김세환, 윤형주가 한 무대에 서는 건 57년 만에 처음이다. 이들은 과거에도 쎄시봉의 이름으로 투어를 개최한 적 있지만 2011년부터 열린 전국투어에는 조영남이, 2015년 투어에는 송창식이 불참했다. 반면 이번엔 이장희가 빠진다. 조영남은 “콘서트의 시작은 이장희가 냈지만 몸이 좋지 못해 이장희가 콘서트에는 함께하지 못한다”며 “그게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공연의 부제 ‘더 라스트에 대해선 “최후의 콘서트”라고 했다. “‘더 라스트’는 ‘마지막’이라기보다는 ‘최후’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우리가 언제 다시 모여 함께 노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요. 이미 우리들은 나이도 많고 주변에 세상을 떠난 가수도 많죠. 그렇기 때문에 이번 콘서트를 ‘최후’라는 생각으로 공연할 겁니다. 다만 대중의 반응이 좋다면 그 최후가 계속 이어질 수는 있겠지요.”
무대는 멤버들의 히트곡과 함께 후배 가수와의 합동 공연 등으로 꾸며진다, 멤버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영상도 선보일 예정이다.

조영남은 가수이기도 하지만 20여권이 넘는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며 팝아트를 그리는 화가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에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를 조영남만의 시선으로 해석한 저서 ‘쇼펜하우어 플러스’를 내놨다. 지난 28일부터는 서울 스페이스(Space)776에서 미국 뉴욕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 조조 아나빔과 팝아트 2인전을 개최 중이다.
“그림과 노래는 하나로 연결된 무엇입니다. 노래를 잘 불러야 그림이 잘 그려지고, 그림을 잘 그려야 노래가 잘 불러집니다. 노래는 귀를 통해, 그림은 눈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울리게 합니다. 표현 방법만 다를 뿐 마음을 울린다는 건 같죠.”
조영남은 주로 화투나 노끈, 소쿠리 등을 활용한 팝아트를 자주 그린다. 2020년에 무죄로 판명됐지만, 2016년부터 다른 무명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조영남이 사인만 했다는 대리 제작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조영남은 “그 사건 때문에 평판이 나빠졌지만, 반대로 대중가수 조영남을 화가로 알릴 수 있는 계기도 됐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속에는 그간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가 담겨 있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4∼5년 동안 모든 방송은 끊겼어요. 그래서 ‘화가가 아니다’ ‘대작을 했다’는 말을 안 듣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그림을 그렸죠. 수십 년 동안 가수로 국민들에게 찬사를 받았는데 (대작 논란으로) 이까짓 작은 몇 년 박수를 받지 않는다고 내가 화를 내면 남자가 아니란 생각이었죠. 그때 욕이란 모든 욕은 다 먹고, 사람들도 많이 떠났죠. 그렇지만 그 일이 있음으로써 나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들, 진정한 나의 사람들이 누군지 알 수 있었어요.”
조영남은 “에게 남아있는 것은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딸”이라며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냥 지금 걷는 길을 계속 걸을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몰라요. 내가 지금 일어나서 걸을 때 왼발이 먼저 나올지 오른발이 먼저 나올지도 알 수 없어요. 제 인생은 이것과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 후회 없이 재미있게 사는 것, 그렇게 살 예정입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