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새 평균 폭우·폭염기간 늘어
성장률도 10년새 0.1%P 떨어져
“기후 대응체계 구축 시급” 지적
올여름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올해 3분기(7∼9월) 소비자물가를 0.3%포인트 높일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20년 새 평균 폭우·폭염 기간도 길어지면서 장기적으로 경제성장률을 저해하고 있어 기후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1일 한은이 발표한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의 성장·물가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에서 2020년대로 오면서 연간 집중호우 기간은 평균 39일에서 49일로 약 열흘 늘었고, 폭염은 평균 46일에서 67일로 3주가량 길어졌다. 이처럼 늘어난 폭우·폭염 기간은 소비자물가와 경제성장률에 위협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 7월 기상 악화로 인해 소비자물가는 3분기 중 0.3%포인트, 연간 기준으로는 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지난 7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최근 10년 동안 최대(24.6도)를 기록하는 등 기상 악화로 수산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7.3%나 올랐다. 이에 지난 7월 수산물가격의 소비자물가 기여도는 0.08%포인트로, 2023년 2월(0.10%포인트) 이후 최고치였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시차를 두고 외식물가로 전이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10% 오를 경우 약 세 분기 뒤 외식물가가 0.9% 상승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기상 악화는 산업별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집중호우는 주로 농림어업과 건설업에 타격을 줬는데, 특히 농경지 침수 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농림어업은 집중호우가 열흘 증가할 때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2.8%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은 공사 중단 등으로 집중호우 직후∼2개월 단기적으로 건설기성(공사 실적)이 0.3%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숙박업은 농산물 등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외식물가에 영향을 주면서 집중호우 직후보다 4∼6개월 뒤에 수요에 타격을 입었다.
폭염은 건설 현장에서 작업 속도 저하가 누적되면서 발생 4~6개월 뒤 건설기성에 -0.3%포인트 안팎의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2020년대 들어 이상기후가 주로 집중되는 3분기 경제성장률은 2010년대 대비 약 0.1%포인트, 연간으로 보면 0.0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연구진은 “극단적 기상현상은 잠재성장률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인프라와 재난 대응체계 구축 시 장기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선제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후변화 대응능력을 키우려면 인프라 구축 등이 중요하지만, 재정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한은 연구진이 전국 지자체별 2023년도 방재성능목표 변화량을 분석한 결과 집중호우 빈도보다는 재정자립도에 따라 방재성능 목표치가 좌우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 소도시·군은 재정자립도가 낮고, 방재로 예방할 수 있는 피해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대응력과 재정부담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정책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적정한 투자규모를 산정할 수 있도록 비용·효익 분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