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자 상당수가 복귀 택한 듯
‘빅5’ 지원율 70∼ 80% 달해
병원 정상 운영 가속화 전망 속
PA 간호사와 업무 조정 과제
수련환경 개선 조율 등도 관건
정부 “병원 위기단계 하향 검토”
의료개혁 로드맵 연내 마련 방침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대거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1일 수련병원으로 돌아온다. 전공의 이탈로 공백 사태를 겪었던 병원 현장에선 인력 확충으로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진료지원(PA) 간호사와의 업무 조정 등 쌓인 과제도 많다. 정부는 의료개혁 로드맵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련병원별 하반기 전공의 모집절차가 29일 대부분 마무리됐다. 이번에 선발된 전공의들은 1일부터 수련을 개시한다. 보건복지부는 병원별 모집 결과를 취합해 조만간 발표할 방침이다.
정확한 복귀 규모는 집계 전이지만, 사직 전공의들은 상당수 복귀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등 수도권 ‘빅5’ 병원의 경우 하반기 모집 지원율이 70∼8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들이 속속 복귀함에 따라 병원 운영 정상화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일선 병원들은 의?정 갈등 기간 전문의와 PA 간호사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하며 공백을 어느 정도 해소했던 만큼 전공의들까지 돌아오면 기능 회복이 상당 부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 후 병원 안정화 상황을 지켜본 뒤 지난해부터 이어진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 ‘심각’단계 해제를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길었던 갈등으로 인한 의료 현장의 혼란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우선 1년6개월간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웠던 PA 간호사와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각 병원에선 전공의들과 PA 간호사 사이에 겹치는 업무를 어떻게 조정할지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줄곧 주장했던 수련 환경 개선 요구를 어떻게 조율할지도 관건이다. 전공의들은 “수련시간이 과도하다”며 야간 당직을 줄여 달라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이에 정부도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연속 근무시간을 36시간에서 20시간으로 줄이는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수련의 질이 떨어진다”며 수련 기간 단축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병원 내부에서의 동료들 간, 스승과 제자 사이의 신뢰 회복도 필요하다. 일부 전공의들은 사직한 뒤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전공의들을 비난하며 ‘블랙리스트’를 만들기도 했고, 의대 교수들을 ‘중간착취자’라 언급해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돌아오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업무 환경이나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도 많다. 안정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전한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의?정 갈등 전인 2023년 전체 전공의 중 수도권 근무 비율이 64%였는데, 올 상반기엔 67.4%로 높아졌다. 이번 하반기 전공의 복귀 지원율도 비수도권은 50∼60%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응급의학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과목의 전공의 복귀 지원율도 인기과보다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복지부는 국민 의견을 반영한 의료개혁 로드맵을 연말까지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의료개혁 로드맵은 연말까지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은 내년 초 윤곽이 나와야 해 (의료개혁 시나리오에 기반한 수급 추계가) 시기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의료개혁 방향이 구체화하면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 공유해 참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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