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자녀에게 흉기 던진 혐의 등 부인…40대 여성, 재판 절차 반복 [사건수첩]

초등생 자녀에게 흉기 던진 혐의 기소 여성, 선고 당일 혐의 부인
판사 “반성문 거짓말이었느냐…이대로 선고 못 해” 변론 재개
피고인 “흉기 던지지 않고, 계란찜도 먹지 않아”…양형 조사

초등학생 자녀에게 흉기를 던지는 등 학대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이 법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면서 다시 재판 절차를 밟게 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수원지법 형사11단독 김수정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범죄 혐의를 하나씩 읽어 내려가다가 이같이 결정했다. 

수원지법. 연합뉴스

선고 당일 수원지법 302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자택에서 초등학생 자녀인 피해 아동의 뺨을 밀치고 흉기를 집어 던져 가슴 부위를 맞게 하는 등 신체적 학대를 한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기소 됐다. 그는 자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괴성을 지르는가 하면, 자녀들이 식사하는데 아무 이유 없이 계란찜을 던지며 거친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자녀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경찰관에게 욕설하고 몸을 밀치고 손을 물어 피가 나게 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하지만 법정에서 종전 입장과 달리 범행을 부인하고 자녀를 탓하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재판 절차를 다시 밟게 됐다. 

A씨는 “반성한다”면서도 “아들이 저보다 힘이 세고 제가 제압을 당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보듬고 다독거려야 했는데, 제가 소리만 질러도 아들이 계속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흉기나 계란찜을 던진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저는 칼을 안 던졌다. 아이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는 것보다 제가 칼을 던진 거로 인정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녀들에게 계란찜을 던진 것도 부인하냐는 재판장 말에 “그때 계란찜을 먹지도 않았다”며 마찬가지로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냐. 저를 속이는 것이냐. 재판부에 제출한 편지와 반성문에는 다 반성하는 것처럼 써놓고 여기선 전혀 잘못한 게 없고 아이가 거짓말한다고 하느냐”고 다그쳤다.

이어 “기록상 굉장히 반성하는 것으로 보여 빨리 종결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이 상태로는 선고할 수 없다. 변론을 재개해 양형 조사를 하겠다”고 결정했다.

양형 조사란 피고인의 형량을 정할 때 고려할 수 있는 가정환경,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는 것으로,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전문 양형 조사관이 전화나 가정 방문, 대면 조사 등의 방법으로 가정 양육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재판부의 변론 재개 및 양형 조사 결정은 A씨가 제출한 반성문 등 기록상 나타난 내용과 선고 법정에서 한 발언 및 태도가 일치하지 않아 면밀한 조사를 거쳐 선고 형량을 다시 따져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A씨 재판은 양형 조사를 거쳐 10월20일로 예정된 공판기일에 재개된다.

수원=오상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