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정부가 자연재난으로는 처음으로 강원 강릉에 재난 사태를 선포할 만큼 지역 내 물 부족이 심각하다. 마른장마에 이어 피서철까지 겹치면서 상수원 저수율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강릉시민의 87%가 의존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지난달 중순 26.7%까지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는 사상 초유의 10%대까지 추락했다. 제한 급수가 시행됐지만 생활용수 사용은 크게 줄지 않았고, 비 소식도 없어 상황은 악화됐다.
시민들은 빨래를 자제하고 물티슈로 화장실 청소를 대신하는가 하면, 변기 물조차 아껴가며 절수에 나서고 있다. 일부 식당은 영업을 중단하거나 점심 영업만 하는 등 일상이 마비됐다.

농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안반데기 배추밭에서는 속이 썩어버린 ‘꿀통 배추’가 대거 발생해 출하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랐고, 옥수수·고추·깨 같은 밭작물도 고사 위기에 놓였다. 소방용수 확보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강릉시는 남대천 물을 끌어올려 오봉저수지에 공급하고, 하루 798t의 물을 운반 급수하는 등 단수를 막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하지만 저수율은 여전히 평년(72%)의 1/5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시민들의 고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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