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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교제폭력 경호 지원 ‘나비효과’ 가져올까?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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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31 12:55:57 수정 : 2025-08-31 12:55:57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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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피해 급증…잠정조치 강화, 피해자 보호 시급
5월 화성 동탄에선 스토킹 3차례 신고에도 결국 참사
시민단체 “15년간 주변 男에 살해된 女 최소 1672명”
경기도, 연말까지 경호 지원 시범사업…공권력 대체실험

스토킹·교제폭력 범죄는 이제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가 됐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여성 살해를 규탄한 행위극에는 192켤레의 신발이 놓였습니다. ‘192켤레의 멈춘 신발’이란 제목의 이 행위극은 2023년 한 해 동안 목숨을 잃은 최소 192명의 안타까운 희생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 단체는 지난 15년간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1672명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로고. 연합뉴스

◆ 대한민국은 안전사회?…탄식 속 법안 개정은 ‘낮잠’

 

대한민국은 과연 여성에게 ‘안전사회’일까요? “우리는 정말 안전한가”를 매일 되뇌며 살아가야 하는 그런 사회가 아닐지 궁금합니다. 

 

경찰은 강화된 스토킹 처벌 대책을 내놓으면서 범행 위험이 높은 대상자에게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 유치 등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보복 스토킹 죄’ 항목을 신설하는 법 개정도 추진 중입니다.

 

최근 경기 용인시에선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달아난 30대 남성이 긴급 체포됐습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상대로 3개월 전 다른 범행을 저지르려다 미수에 그친 면식범으로 파악됐습니다. 당시 피해자가 용의자를 상대로 범죄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뒤 두 사람 간 적잖은 갈등이 불거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은 “두 사람 사이에 신고 이력이 2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교제폭력이나 스토킹 범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지만,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일종의 스토킹을 당한 뒤 보복범죄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수원지검. 뉴스1

국내에선 관련 법과 제도가 부족하지만, 그나마 있는 제도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게 문제입니다.

 

이처럼 스토킹·교제폭력이 빈발하는 가운데 경기도가 피해자를 위한 민간경호 지원 사업을 시범 운영한다고 합니다. 중앙정부가, 경찰·검찰로 상징되는 공권력이 노출한 구멍을 지방정부(지자체)가 나서 메우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시범사업인 만큼 부족한 게 많겠지만, 큰 변화를 위한 작은 도전이라는 데 의미를 두려 합니다. 

 

경기도 광교 청사. 경기도 제공

31일 도에 따르면 다음 달 시작되는 이번 사업은 도 산하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의 젠더폭력통합대응단이 주도합니다.

 

대응단은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고위험 피해자 1명당 최대 2주가량 2명의 민간 경호원을 지원합니다. 경호원들은 출퇴근이나 외출 시 동행합니다. 지원 대상은 경찰, 전문가 등의 심의를 거쳐 선정되며, 사업에는 연말까지 3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됩니다.

 

대응단은 올해까지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내년 정식 사업 전환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현재 대응단은 스토킹 등 피해자를 위한 상담과 법률·의료·이사비 지원, 자동차 번호 변경, 폐쇄회로(CC)TV 설치 및 보안 물품 제공 등의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장애인이나 어린 자녀가 있는 피해자가 심리상담, 병원 치료, 경찰 조사 등을 받는 동안에는 가족 긴급 돌봄도 제공합니다.

 

도 관계자는 “스토킹·교제폭력은 반복되기 쉬운 범죄인 만큼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생활할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화성 동탄경찰서. 연합뉴스

◆ ‘긍정의 나비효과’…‘뒷말 없는’ 철저한 준비 필요

 

스토킹은 영국, 미국 등에선 최대 10년 형과 10년의 접근금지명령이 가능한 중범죄이지만 국내에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잠정조치 기간이 최장 9개월에 불과합니다. 지난달 26일 의정부에서 발생한 교제 살인 사건에선 경찰이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검찰에 신청했다가 기각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 5월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일어난 30대 여성 납치·살인 사건 때는 폭행·스토킹 피해자의 구속수사 요청을 경찰이 일정 기간 미룬 정황이 드러나 비난받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경기 광주갑) 의원실의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스토킹·교제폭력에 관대한지 잘 알 수 있습니다. 경찰청에 신고된 스토킹 범죄는 2021년 1만4509건에서 올 상반기에만 1만7898건으로 급증했지만 가해자를 구금하는 비율은 4% 안팎에 머물고 있습니다.

 

여성긴급전화 1366에는 2021부터 2024년까지 스토킹 관련 상담 건수가 5.4배 증가했습니다. 40대와 미성년자의 피해가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하더라도 이를 무시하고 어기는 행위는 연간 900건에 육박합니다. 잠정조치 평균 처리 기간은 1.9일, 일부 사건의 경우 13일이나 소요됐습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소 의원실이 제출한 관련 법안들은 ‘시스템 보완’을 이유로 여전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라고 합니다. 법안들에는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잠정조치를 요청하거나, 미성년자 대상 스토킹에 가중처벌을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작은 날갯짓이 큰 변화를 가져오는 걸 가리켜 ‘나비효과’라고 부릅니다. 긍정의 힘이 퍼지도록 뒷말이 나오지 않는 탄탄한 사업 준비가 이뤄지길 기원합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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