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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임 물게 해야"… '폭탄 설치했다' 한마디에 낭비되는 '혈세' [수민이가 화났어요]

입력 : 2025-08-31 14:36:43 수정 : 2025-08-31 14:46:39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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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공연장, 초등학교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폭탄을 설치했다”는 허위 협박이 잇따르면서 경찰·소방의 ‘허탕 출동’이 급증하고 있다. 경찰의 허탕 출동은 최근 2년 새 1000건 이상 늘었다. 올해만 7월까지 3000건 가까이 접수됐다. 100분에 1건 꼴이다. 문제는 허위 테러 협박 신고로 경찰력이 대거 투입될 때마다 한 번에 최소 수 백만원의 혈세가 낭비된다는 것이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해당 백화점 내부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글이 올라와 경찰특공대 등이 폭발물 수색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31일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과 경찰청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 허위 협박범들에게 3건의 소송을 제기하며 1200만원에서 437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는 폭발물 등 수색에 투입된 경찰들의 시간 외 수당과 유류비 등을 합산한 것이다. 출동 경찰 1명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평균 6만1600원꼴이다.

 

경찰은 지난 5일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협박에 98명을, 10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폭파 협박에는 53명을 투입했다.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각각 최소 600만원, 320만원의 비용이 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달만 일본 변호사 명의 협박 팩스가 10건 가까이 접수된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동안 수천만 원의 혈세가 허비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당뿐 아니라 그동안 112 신고에 대응이 늦어지고 일대 혼란이 빚어지며 생기는 피해가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경우 5억∼6억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 폭파 협박에 대피한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는 손해액 추산조차 쉽지 않다.

 

현재 법무부가 진행 중인 협박범 상대 손해배상 소송은 ▲2023년 프로배구 선수단 칼부림 예고 ▲제주공항 폭발물 설치 협박 ▲신림역 살인 예고 등 3건이다. 이중 프로배구 선수단 사건은 법원의 이행 권고로 지난해 청구액 1200만원 전액 배상이 확정됐다. 3250여만원을 청구한 제주공항 사건은 변론이 진행 중이고, 4370여만원을 청구한 신림역 사건은 내달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이 선고된다.

 

전문가들은 허위 협박이 낳는 극심한 사회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더 적극적인 손해배상 소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상균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소송을 낸다는 사실 자체가 허위 협박범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며 범행을 억제하고, 불필요한 경찰력 낭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특공대 등 공권력이 다수 투입된 사건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적극 검토하고, 허위 협박 글 작성자 절반이 20∼30대인 점을 고려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양부남 의원실에 밝혔다.

 

허위 테러 협박 신고로 경찰력이 투입될 때마다 한 번에 최소 수 백만원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티이미지뱅크

또 지난 25일 허위 협박 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저위험'으로 판단될 때는 특공대 투입 대신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 의원은 "잇따르는 허위 협박에 대한 경찰력 대응뿐 아니라 국민이 겪는 불안과 피해를 해소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허위 신고로 인한 출동은 2022년 4235건에서 지난해 5432건으로 28.3% 증가했다. 올해도 7월 말 기준 2933건으로 하루 평균 13.8건 꼴이었다.

 

경찰은 신고의 허위 가능성을 판별해 출동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청 관계자는 “경찰특공대 (출동 여부를 가리는)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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