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바이든 지시로 해리스 1년까지 연장
트럼프, 비밀경호국에 “경호 서비스 중단” 명령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진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물러나고 6개월여가 지나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의 경호 제공이 중단됐다. 우리 대통령경호처에 상응하는 비밀경호국은 미 국토안보부 소속으로 백악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활동한다. 경호 중단을 지시한 이는 대선 당시 해리스와 경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해리스에 대한 비밀경호국의 경호 제공 중단을 명령했다. 올해 1월20일 러닝메이트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 퇴임에 맞춰 함께 물러난 해리스는 민간인 신분으로 7개월가량 비밀경호국의 경호를 받아 왔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임기가 끝난 뒤에도 연방 법률에 따라 평생 비밀경호국으로부터 경호를 제공 받는다. 전직 국가원수로 미 행정부의 기밀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이가 적국에 의해 납치되거나 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물론 본인이 원치 않으면 경호 서비스는 중단된다. 과거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연방의회 탄핵소추 위기에 내몰렸다가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1969∼1974년 재임)이 하야 후 11년이 흐른 1985년 경호 포기를 선언한 전례가 있다.
대통령과 달리 전직 부통령에 대한 비밀경호국의 경호 제공은 임기 만료 후 6개월까지로 제한된다. 따라서 해리스를 위한 비밀경호국의 서비스는 지난 7월20일 끝났어야 옳다. 그런데 1개월가량 경호가 연장된 것은 퇴임을 앞둔 바이든이 그렇게 명령했기 때문이다. 법률상 ‘추가적인 경호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6개월이 더해져 최장 1년까지 경호 제공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바이든이 바로 이 규정을 활용한 것인데, 정작 왜 그렇게 했는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최근에야 보고를 듣고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해리스는 대선 패배의 아픔을 딛고 조만간 정치 활동 재개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해리스는 2024년 7월 대선을 불과 107일 앞두고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직을 내려놓으며 이를 넘겨 받았다. 그 짧은 선거운동 기간 있었던 일을 기록한 해리스의 회고록 ‘107일’이 오는 9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해리스는 책 홍보를 위해 미국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지지층과 만나는 투어를 계획 중이다. 만약 비밀경호국의 경호가 계속 유지된다면 해리스 입장에선 투어 기간 사설 경호원 등 보안 요원의 고용에 드는 거액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해리스의 라이벌 트럼프가 ‘현 정부 비밀경호국의 인력·예산이 전 정권 인사이자 옛 정적을 위해 쓰이다니,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9월이면 유엔 총회가 열려 세계 각국 정상이 미국 뉴욕을 찾는 만큼 비밀경호국 업무 과중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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