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몬다비 2004년 대기업에 매각/차남 팀 몬다비 컨티뉴엄으로 로버트 계승/팀 아들 카를로·단테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서 로버트 DNA 담은 피노누아·샤르도네 선보여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1913~2008). 와인을 잘 몰라도 그의 이름을 한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나파밸리 오크빌(Oakville), 투 칼론(To Kalon),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Stags Leap District) 같은 포도밭에서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와 어깨를 나란히는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을 생산해 나파밸리의 와인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려 나파밸리 와인을 전세계에 알린 인물입니다. 그가 ‘미국 와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로버트 몬다비는 이처럼 카베르네 소비뇽의 제왕이지만 그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를 설립하기 이전에는 아주 빼어난 피노 누아도 만들었답니다. 섬세한 피노누아 양조 DNA는 이제 손자에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서늘해 최고의 피노 누아, 샤로드네 산지로 떠오른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의 떼루아를 고스란히 담는 와이너리 레인(Raen)를 설립한 단체(Dante)와 카를로(Carlo)입니다.

◆로버트 몬다비 와인 DNA를 잇다
몬다비 가문의 와인 역사는 이탈리아 마르케의 사소페라토(Sassoferrato)에서 살던 체사레 몬다비(Cesare Mondavi)와 아내 로사 몬다비(Rosa Mondavi) 더 나은 삶과 일자리를 찾아 1906년 미국 미네소타 주 히빙(Hibbing)의 철광산 마을로 이주, 광산 노동자로 일하면서 시작됩니다. 전역이 와인 생산지인 이탈리아 출신답게 몬다비와 함께 이주해 공동체를 이루고 살던 이탈리아인들은 미국에서도 식사와 함께 늘 와인을 즐기는 문화를 이어갑니다. 1919년 금주법이 시행됐을 때도 가정용 와인은 예외로 허용됐습니다. 이에 이탈리아 광부들은 자금을 모아 체사레에게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포도를 구해 미네소타로 보내 달라고 부탁합니다. 체사레는 캘리포니아 센트럴밸리 로다이(Lodi) 등을 다니며 포도를 구매하다 와인사업에 눈을 뜨게 되자 아예 가족과 로다이로 이주, 과일 및 포도 배송 사업을 시작합니다.

1943년 당시 30세이던 체사레의 아들 로버트(Robert)와 피터(Peter)는 부모를 설득해 금주법 이후 경영난에 처했던 나파밸리 세인트 헬라나(St. Helena)의 명망 높은 와이너리 찰스 크루그(Charles Krug)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와인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찰스 크루그는 골드러시 시절 독일 이민자 찰스 크루그가 1861년 설립한 유서 깊은 와이너리입니다. 1848년 시에라 풋힐스의 서터즈 밀(Sutter's Mill)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전세계에서 많은 이들이 일확천금을 노리며 캘리포니아로 몰려듭니다. 이 곳에 정착해 나중에 유명한 와인메이커가 된 이들이 있는데 바로 찰스 크루그(Charles Krug), 제이콥 슈램(Jacob Schram), 제이콥 베린저(Jacob Beringer) 등 입니다.

찰스 크루그가 당시 만들던 와인중 하나가 피노 누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찰스 크루그 피노누아 1944 빈티지 레이블을 보면 ‘버건디(Burgundy)’로 버젓히 표시돼 있습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당시만해도 피노누아는 부르고뉴 와인이 유명해 미국에서 이런식으로 표기해 판매했던 모양입니다. 그때는 미국 스파클링 와인에도 ‘샴페인’이라고 적어서 팔던 시절입니다.

나파밸리 와인 태동기, 20년 동안 아버지 체사레와 와이너리를 이끌던 로버트와 피터 형제는 성격차이로 끊임없이 갈등을 빚습니다. 보수적인 와인메이커 로버트와 야심찬 경영자이자 홍보가였던 피터는 급기야 결국 주먹다짐까지 벌였고 1965년 53세이던 로버트는 아들 마이클(Michel), 팀(Tim), 딸 마르시아(Marcia)와 함께 집을 나와 1966년 자신의 와이너리,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Robert Mondavi Winery)를 설립합니다. 차남 피터 몬다비(Peter Mondavi· 1914~2016)는 찰스 크루그를 계속 맡았고 와이너리는 현재 그의 후손들에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유명해진 것은 로버트 몬다비입니다. 그는 1979년 프랑스 크랑크뤼 클라세 1등급 샤토 무통 로칠드의 오너이던 바론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과 합착해 오퍼스 원(Opus One)을 선보여 미국 와인의 위상을 한껏 끌어 올립니다. 또 1995년 이탈리아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 가문과 수퍼 투스칸 루체 (Luce), 1995년 칠레 비냐 에라주리즈(Viña Errázuriz) 오너 에두아르도 채드윅(Eduardo Chadwick)과 세냐(Seña)를 선보입니다.

이처럼 미국 와인 산업을 주도하던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과도한 사업 확장에 따른 재정 부실로 2004년 대형 와인그룹 컨스텔레이션 브랜즈(Constellation Brands)에 매각되고 맙니다. 와이너리 매각 과정에서 로버트 몬다비의 두 아들 마이클과 킴은 아버지와 삼촌이 그랬던 것처럼 경영권, 브랜드 철학, 재정 운영불화 끝에 갈라섭니다. 장남 마이클은 마이클 몬다비 패밀리 에스테이트(Michael Mondavi Family Estate) 설립했고, 차남 팀은 아버지 로버트 몬다비, 여동생 마샤와 컨티뉴엄 에스테이트(Continuum Estate)를 세웁니다.



◆피노누아로 거듭난 몬다비 DNA
팀은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와인메이킹을 전담하며 오퍼스 원, 루체, 세냐의 탄생해 기여한 인물입니다. 그의 빼어난 ‘손맛’은 컨티뉴엄을 거쳐 현재 두 아들 단테(Dante)와 카를로(Carlo)에게 이어집니다. 할아버지 로버트와 아버지 팀 밑에서 와인 양조를 배우던 형제는 새 도전에 나섰고, 그들이 선택한 곳은 소노마 코스트에서도 서쪽 끝 해안가 절벽 와인 산지인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West Sonoma Coast)입니다. 이곳은 서늘한 기후 덕분에 요즘 최고의 피노누아, 샤르도네 산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형제는 2013년 이곳에 와이너리 레인(RAEN) 설립하고 피노누아와 샤르도네를 선보입니다. 한국을 찾은 카를로를 만났습니다. 레인 와인은 나라셀라에서 수입합니다.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는 2022년 5월 소노마 카운티의 19번째 AVA로 지정된 ‘신상 AVA’입니다. 소노마 카운티는 1812년에 처음 포도나무가 심어질 정도로 역사가 깊습니다. 1987년 승인된 소노마 코스트 AVA에서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가 독립 AVA로 승인된 것은 그만큼 뚜렷하게 구별되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평양에서 4~5km 떨어진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의 해발고도는 120~550m로 산 안드레아스 단층선을 따라 가파른 능선 꼭대기에 포도밭이 있습니다. 한여름에도 바닷물이 굉장히 찰 정도로 일년 내내 흐르는 매우 차가운 태평양 한류와 가파르고 험준한 지형 덕분에 소노마 카운티에서 가장 서늘한 해양성 기후를 보입니다. 덕분에 포도가 낮에 천천히 익고 밤에는 충분하게 쉬면서 좋은 산도를 움켜쥐어 당도와 산도의 완성도가 아주 높은 포도가 재배됩니다. 생동감 넘치는 산도, 적당한 알코올, 순수한 과일향이 바로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 와인의 특징이랍니다. 포도밭 규모는 485ha로 러시안 리버 밸리의 8%, 부르고뉴에 비해 2%에 불과한 작은 지역입니다. 현재 와이너리는 29개입니다.

◆친환경 농법 모나크 챌린지
레인은 친환경 농법인 모나크 챌린지(Monarch Challenge)를 주도하는 와이너리입니다. 모나크는 캘리포니아에 서식하는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 개체 수가 1980년대부터 2020년까지 무려 99% 급감한 사실에 충격 받은 카를로는 제초제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모나크 챌린지 캠페인을 제안합니다. 와이너리 환경은 물론 인간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자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이 캠페인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농업 현장에서 친환경 전기 트랙터를 사용하는 모나크 트랙터(Monarch Tractor) 사업으로 확대됩니다.

“2016년 시작된 모나크 챌린지는 농업 현장에서 제조체 등 화학 비료를 일체 금지하는 자연주의 운동이에요. 그 일환으로 전기 트랙터 사업을 벌이고 있어요. 모나크는 어릴때 많이 보던 나비인데 거의 멸종됐습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 다양성 지키려는 사회적인 운동이 바로 모나크 챌린지랍니다.”


와이너리 이름 레인(RAEN)은 이런 철학을 잘 보여줍니다. 레인은 ‘리서치 인 아그리컬처 앤 에놀로지 내추럴리(Research in Agriculture and Enology Naturally)’의 약자로, 떼루아를 존중해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추구하고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양조학을 연구하고 실천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포도를 으깬 뒤 인간이 간섭을 안 해도 자연 발효돼 와인을 만들 수 있어요. 레인은 자연 발효, 비여과, 비정제로 만들어요.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지속가능한 농법도 선택해 화학 비료는 일제 사용하지 않아요. 포도나무가 스트레스를 받도록 그대로 두면 스스로 생존 방법을 찾는답니다. 대신 포도밭에 새 둥지를 많이 만들어서 질병을 만드는 벌레를 잡아먹도록 하죠. 또 숲과 포도밭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산성 토양에서 잘 자라는 사우어 그라스(Sauer Grass)를 많이 재배합니다. 풀, 허브, 야생 초지를 그대로 두면 다른 작물의 재배를 촉진시켜 건강한 토양을 유지할 수 있어요. 우리가 농사짓는 모든 방식이 우리의 몸을 이룬다는 생각으로 포도를 재배합니다. 유기농 비료를 만들 때 도 달의 주기를 활용하는 바오다이내믹 농법을 활용한답니다.”

◆배럴 간섭 최소·홀번치 양조
레인은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는 양조 철학에 따라 오크 사용을 최대한 절제합니다. “조부 로버트가 선구자이긴 하지만 사실 오크를 너무 많이 사용했어요. 농담으로 프랑스 생산자들이 오크를 50% 쓰면 우리는 더블로 쓴다고 얘기할 정도로 오크를 너무 과하게 썼죠. 하지만 돈은 돈대로 쓰고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답니다. 특 새 오크 배럴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떼루아가 주는 독특한 풍미를 훼손시킨다는 사실도 깨달았죠. 그래서 보통 오크통을 제작할 때 수액을 빼고 강한 나무향을 줄이는 작업을 2~4년 동안 진행해 최대한 오크향을 적게 넣으려고 합니다. 로마네 콩티와 같은 배럴 메이커인 프랑수아 프레르(François Frères)를 사용합니다. 또 포도송이 줄기를 제거하지 않고 홀번치(전송이)로 발효해 복합미를 끌어 올리고 자연효모만 사용해 떼루아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요.”

홀번치 양조때 줄기가 덜 익은 포도송이를 사용하면 자칫 풋내를 낼 수 있습니다. 어떻게 가장 적절한 시점을 판단할까요. “어느 시점에서 수확해야 전송이 압착 효과를 가장 크게 볼 수 있다고 얘기하기 쉽지 않아요. 어느 시점을 완숙으로 판단할지는 다 주관적이죠. 부르고뉴에서는 당분, 탄닌, 산도 균형을 이룰 때 수확합니다. 또 풍미가 잘 발현되면서 신선함도 유지하는 시점을 찾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익기를 기다리다 신선함을 놓치면 당도가 올라가면서 알코올도 높아져요. 알코올은 모든 걸 녹여버립니다. 따라서 포도의 씨앗과 줄기의 쓴맛까지 녹여내 버리죠. 정확한 수확 시점은 아주 빨리 훅 지나가기 때문에 수확 시점에 많이 신경써야합니다. 발효 과정도 중요해요. 젠틀하게 끌고 가야 전송이 발효의 이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답니다. 또 포도즙을 위아래로 섞는 펌핑 오버를 하지 않고 낮은 온도에서 길게 발효하면 피노 누아에서 장미꽃잎과 티향 등 매우 아름다운 풍미를 잘 느낄 수 있답니다.”

▶레이디 마조리(Lady Marjorie) 뀌베 샤르도네
소노마 코스트 샤르도네 100%입니다. 로버트 몬다비의 아내이자 단테와 카를로의 할머니 마조리에 헌정하는 와인입니다. 늘 우아한 스타일의 와인을 좋아하던 마조리의 취향을 따라 만든 와인으로 우아한 아로마가 돋보입니다. 레몬 제스트, 잘게 부순 자갈, 흰색과 노란 꽃, 꿀풀, 갓 익은 천도복숭아의 꽃향기가 잔을 가득 채웁니다. 입에서는 상큼한 라임 꽃과 복숭아 등 핵과일의 풍미와 어우러지며, 젖은 바위 느낌의 미네랄과 짭조름한 미네랄이 은은하게 느껴집니다.

▶포트 로스 씨뷰(Fort Ross Seaview) 샤르도네
신선한 흰꽃, 캐모마일, 여름 살구의 아로마로 시작해 갓 익은 백도, 레몬 제스트가 더해집니다. 조개껍질, 젖은 바위, 한 꼬집의 바다 소금 같은 미네랄도 지속됩니다. 복합미가 뛰어나고 경쾌하면서도 우아한 피니시가 돋보입니다.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의 험준한 포트 로스 씨뷰 지역의 해발고도 약 366m의 찰스 랜치 빈야드(Charles Ranch Vineyard)에서 자라는 샤르도네로 만듭니다. 수령 40년 이상으로 소노마 코스트에서 가장 오래된 샤르도네입니다. 배수가 잘 되는 암석토 위에 자리한 이 포도밭은 자연적으로 수확량이 낮아 깊이와 농축미, 미네랄리티가 뛰어난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포트 로스 시뷰(Fort Ross Seaview) 피노누아
와인을 따르자마자 장미꽃잎, 산딸기, 보랏빛꽃, 야생 딸기의 향이 가득 피어오르고 이어 갓 딴 야생 라즈베리, 바다 이끼, 티 노트가 이어집니다. 잘 익은 레드베리, 블러드 오렌지 껍질, 캐모마일이 기분 좋게 입안을 채우고 젖은 바위, 솔티한 미네랄도 은은하게 더해집니다. 뒤로 갈수록 제비꽃과 으깬 야생 베리의 뉘앙스가 우아하게 어우러지며 놀라울 만큼 길고 활기찬 피니시로 마무리됩니다. 포트 로스 씨뷰의 씨 필드 빈야드(Sea Field Vineyard)의 피노 누아로 만듭니다. 이곳은 레인이 소유한 포도밭 중 가장 바다와 가까고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약 300m 이상입니다. 약 1.9ha의 단일 포도밭으로 레인의 포도밭중 우아한 떼루아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토양은 2억년 전 고대 해저 퇴적층입니다.

▶로열 세인트 로버트(Royal St. Robert) 피노누아
으깬 야생 베리, 블랙 체리, 장미꽃잎, 해안 이끼의 매혹적인 향으로 시작해 꽃향, 홍차, 베르가못 노트가 이어지며 해안 양치류와 숲바닥향으로 확장됩니다. 강렬한 레드와 블랙 과일향의 이 꽃, 차향과 정교하게 얽혀 있고 이국적인 향신료 풍미도 매력입니다. 조부 로버트 몬다비에게 헌정하는 와인입니다. 해안 포도밭에서도 선별된 포도로 만들며 웨스트 소노마 코스트의 험준한 떼루아를 잘 표현합니다.

▶프리스톤 옥시덴탈(Freestone Occidental) 피노누아
잔에서는 아침 안개, 장미꽃잎, 잘 익은 레드 체리, 으깬 블랙베리 향이 피어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홍차, 타임의 허브향, 해안 양치류, 숲바닥향이 더해집니다. 입에서는 야생 블랙베리, 가시덤불, 야생 타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이국적인 향신료, 상큼한 오렌지 껍질, 잘게 부순 자갈도 느껴집니다. 0.4ha의 아주 작은 보데가 빈야드(Bodega Vineyard) 피노누아로 만듭니다. 매일 태평양에서 밀려오는 안개가 아침 포도밭을 가득 채우는 곳으로 레인 포도밭 중 가장 서늘한 곳입니다. 고밀도 식재와 가파른 경사로 100% 수작업으로 포도밭을 관리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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