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관련 의혹 등을 수사하는 채해병 특별검사팀(특검 이명현)은 29일 오전 국방부 검찰단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을 이끈 박정훈 대령을 ‘항명죄’로 입건해 수사한 곳이다. 특검팀은 30일에는 한유성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불러 채해병 사망사건 관련해 방첩사에서 수집한 정보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 검찰단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특검이 국방부 검찰단을 압수수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병대 검찰단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기록을 경찰청에서 회수하고 이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불법성이 있었는지, 박 대령에 대한 ‘하명 수사’가 이뤄진 것은 아닌지 등을 확인할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정민영 채해병 특검보는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 검찰단의 무단 기록 회수 및 횡령죄 수사 등 이전 과정에 대해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등 여러 범죄 혐의에 대한 고발이 있었고, 특검은 국방부 검찰단장과 군 검사, 검찰 수사관 등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며 “국방부 검찰단에 보관된 자료를 추가로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잇단 소환조사에서 확보한 관련자 진술을 검토한 결과, 추가로 확보할 자료가 있다고 판단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검찰단 ‘관련자 5명’ 사무실 압수수색
특검에 따르면 압수수색 대상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의 집무실과 보통검찰부 사무실 등 의혹 관련 당사자 5명이 사용했거나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이다. 정 특검보는 “5명 중에는 피의자도 있고 참고인도 있다”고 밝혔다. 이 중 김 전 단장은 경북경찰청에서 사건 기록을 압수수색 영장 없이 돌려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건을 재검토하면서 채해병 사망 관련 주요 혐의자를 8명에서 2명으로 줄여 경찰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에서 빠졌다. 특검은 김 전 단장이 재검토 과정에서 혐의자를 바꾸는데 관여한 게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김 전 단장은 박 대령 수사를 지휘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도 받고 있다. 박 대령은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윗선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경찰에 넘기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이를 강행했다. 이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국방부 검찰단이 박 전 대령을 집단항명수괴로 입건해 수사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뼈대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후 혐의를 항명으로 바꾼 후 박 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당시 박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의 보통경찰부에 출석해 수사받았다. 특검은 박 대령 수사가 시작된 데에 윤 전 대통령의 영향이 미친 것은 아닌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채해병 관련 의혹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해 1월 국방부를 압수수색할 당시 국방부조사본부와 검찰단도 압수수색했다. 정 특검보는 “공수처가 이미 압수수색을 한 적 있는데, 특검 수사를 진행하면서 추가로 확인된 내용도 있고 공수처 수사 당시에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던 사람이 현재 조사 대상에 있다”며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을 수도 있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박정훈 5차 조사… 前방첩사령관은 30일에
이날 오전에는 박 대령이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의 5차 조사를 받으러 출석했다. 박 대령을 변호하는 정구승 법무법인 일로 대표변호사는 “박 대령은 군인 신분으로 조사에 응하는 것도 하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충실하게 조사받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최대한 수사가 잘 이뤄지도록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달 16일과 31일, 이달 25일과 27일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정 변호사는 이어 “김 단장과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해병대 수사단과 박 대령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구속영장 청구 전후로 군사법원장과 소통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며 “외압이 국방부와 국방부 검찰단뿐만 아니라 군사법원에까지 가해진 것 아닌지 의혹이 있다. 특검이 조속히 확인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특검은 이미 관련 통화내역을 확인한 뒤 관련 조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수사에 착수할 만한 내용을 확인하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30일에는 한 전 사령관을 불러 조사한다. 방첩사는 군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하는 국방부 직할 정보수사기관이다. 특검은 방첩사가 채해병 사망 사건이 발생한 뒤 해병대와 국방부 내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특검보는 “한 전 사령관을 상대로 채해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항, 방첩자가 다시 당시 파악하고 있었던 사항,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지시받은 사항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특검은 지난달 채해병 사건 당시 해병대 방첩부대장으로 있던 문모 대령과 관련해 방첩사로부터 2023년 7~8월 동향 보고자료를 임의제출받았다. 문 대령은 당시 해병대 사령부와 방첩사 사이에서 해병대 내부 동향을 파악해 보고했다. 특검은 관련 보고자료를 토대로 한 전 사령관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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