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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vs 학대…국회로 간 ‘소싸움’ 폐지 논쟁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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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30 22:23:00 수정 : 2025-08-30 22:05:59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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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 폐지 청원’, 5만명 동의 얻어 국회 상임위로
“소싸움은 동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 유발하는 학대”
존치론자들 “전통 보존해야…지역경제 타격 우려”

동물학대 논란을 빚어온 소싸움이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소싸움 폐지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로 향했다. 소싸움 존치는 동물학대라는 의견과 전통문화이자 지역의 관광 자원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논쟁이다.

 

29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전자청원에 올라온 ‘동물학대, 소싸움 전면 금지 및 관련 조례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은 5만2757명의 동의를 얻어 지난달 17일 소관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회부됐다. 

2023년 4월14일, ‘2023 청도소싸움’ 축제가 열린 경북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싸움소들이 대결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청원자는 “소싸움은 더 이상 전통이 아니다. 동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명백한 학대”라고 주장했다.

 

청원자는 “소싸움에 동원되는 소들은 반복적인 훈련과 강제적 충돌 속에서 신체적 부상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다”며 “일부 소는 싸움 중 뿔이 부러지거나 내상을 입고 심지어 경기 후 안락사 되거나 방치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기 전 일부러 자극을 주기 위해 수컷의 성기를 자르거나 일부러 굶겨서 흥분시키는 비윤리적인 행위도 존재한다”며 “이러한 행위는 모두 현행 동물보호법의 ‘정당한 이유 없는 동물의 상해, 고통 유발’ 조항에 저촉될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는 싸우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인간의 오락을 위해 서로를 들이받도록 강요받을 이유도 없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폭력의 전통이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학대의 행위가 ‘관광 자원’이라는 이름으로 세금까지 지원받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학대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동물권 NGO 동물해방물결 활동가 등이 6월 26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소싸움 폐지 촉구 시민행동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소싸움은 소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겨루기를 하는 민속놀이이자 전통문화다.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삼국시대 때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역사가 깊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며 동물학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싸움소를 키우고, 소끼리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지속해서 동물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소싸움은 동물학대 행위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소싸움은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예외 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소싸움 폐지를 주장하는 또 다른 근거는 사행성 문제다. 현행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에선 ‘경기 시행자는 농촌지역 개발 및 축산업 발전 등에 필요한 재원을 조성하기 위하여 소싸움경기 투표권(우권)을 발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마와 마찬가지로 소싸움이 인간의 사행성 오락 용도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가유산청도 올해 1월 소싸움에 대한 국가무형유산 지정 조사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소싸움의 민속놀이로서의 가치는 일정 부분 인정한다”면서도 “인류 보편의 가치 등을 고려했다”며 사실상 소싸움 폐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전국 11개 소싸움대회 개최 가능 지역 중 5개 지자체(전북 정읍시·완주군, 경남 김해시·함안군, 경북 청도군)가 올해 대회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대구 달성군과 경남 창녕군·진주시·창원시·의령군, 충북 보은군 6개 지자체는 올해도 소싸움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청도군의 경우 별도의 예산을 편성해 대회를 열지는 않지만, 매주 상설 소싸움장에서 경기가 열리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전국소싸움법 폐지 촉구 기자회견. 진보당 손솔 의원실 제공

동물보호단체 주장에 맞서 소싸움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오히려 계승해야 할 전통문화일뿐더러, 지역의 중요한 관광 자원이라는 주장이다. 또 소끼리 힘을 겨루다 힘이 부족한 소가 싸울 의지를 잃고 뒤를 보이면 승패가 결정되는 만큼, 가학적인 요소가 많지 않다는 점도 강조한다. 소싸움 폐지는 싸움소 도축에 따라 오히려 더 많은 소의 생명을 뺏는 일이라는 반론 역시 제기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소싸움을 폐지하면 싸움소를 기르는 농가는 물론 관광객이 줄어 지역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동물보호단체들이 일부 자극적인 사례만 들어 폐지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보면 대부분 소들이 다치지 않고 경기가 안전하게 끝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시대가 변한 만큼, 동물학대 논란이 일지 않도록 안전 규정을 강화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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