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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과 ‘국민 정서법’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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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8 16:33:15 수정 : 2025-08-28 16:33:15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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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국내 어느 여론조사 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좋아하는 남자 가수’를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1위 현철(2024년 별세), 2위 조용필에 이어 3위가 유승준이었다. 신승훈(5위), H.O.T(7위), 김건모(10위) 등 당대의 인기 가수들을 제쳤다. 이는 어느 특정 연령대가 아니고 청년과 중장년, 고령층 등에서 모두 고른 지지를 받았다는 뜻이다.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 국적을 갖고 있던 유승준은 중학생이던 1989년 가족 전체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이민을 갔다. LA에서 가수의 꿈을 키우던 그는 1996년 국내 한 기획사의 제안을 받고 서울로 돌아왔다. 이듬해인 1997년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했고 2002년까지 음악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까지 두루 섭렵하며 슈퍼스타로 부상했다.

 

한국계 미국인 가수 유승준(스티브 유).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 영주권자인 유승준은 25세이던 2001년 8월 병무청에서 징병 신체 검사를 받았다. 여기서 허리 디스크를 이유로 4급 판정이 내려짐에 따라 공익근무요원(현 사회복무요원) 복무가 확정됐다. 각종 프로그램에서 엄청난 춤 실력과 체력을 선보인 그가 허리 디스크라니, 대중은 다소 의아하게 여겼으나 그러려니 넘어갔다. 그런데 입대를 앞둔 2001년 말 해외 공연 일정 등을 이유로 출국한 유승준은 이듬해인 2002년 1월 LA 법원에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로써 그는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고 자연히 병역 의무에서도 벗어났다. 국민 사이에 엄청난 분노가 일었다. 정부는 그를 유승준 대신 미국식 이름 ‘스티브(Steve) 유’라고 부르며 한국 입국을 제한했다.

 

유승준은 2015년 8월에야 LA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체류 자격으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 총영사관이 거부하자 그는 국내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공방 끝에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도 LA 총영사관은 유승준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스티브 유의 병역 의무 면탈은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2020년 10월 같은 내용의 소송을 두 번째로 제기했고, 2023년 11월 다시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했다. 2021년 2월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스티브 유는 병역 면탈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병역 기피자”라며 “병역 의무가 부과된 사람으로서 헌법을 위반했다”고 일갈했다.

 

미국 LA에 주재하는 한국 총영사관. 한국계 미국인 가수 유승준(스티브 유)이 한국 입국을 위해 신청한 비자 발급을 그가 ‘병역 기피자’라는 이유로 계속 거부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2024년 9월 “LA 총영사관의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세 번쨰 소송전에 나선 유승준이 1심에서 예상대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은 28일 선고에서 “원고(유승준)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며 “LA 총영사관의 조치는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미 확립된 대법원 판례가 있는 만큼 항소심을 거쳐 상고심까지 가더라도 결과는 뻔할 것이다. 다만 사법부가 판결 내용을 강제로 집행할 수단이 딱히 없는 상황에서 LA 총영사관 등 정부 입장은 그대로 유지될 듯하다. 진보 성향의 이재명정부가 들어섰으나 한국에서 병역 문제는 진영과 상관없이 모두가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이다. 실정법과 이른바 ‘국민 정서법’ 간의 대치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궁금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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