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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지혜’ 없을까…불씨 남은 하남시-한전 동서울변전소 갈등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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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8 06:00:00 수정 : 2025-08-28 14:26:09
하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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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 동서울변전소 경관심의 ‘조건부 의결’
주민수용성 강화, 복합사옥 건립 등 조건 제시
한고비 겨우 넘겼지만…곳곳에 도사린 지뢰밭
향후 건축허가, 추가 인가 등에서 재발 가능성
한전 “고의 지연”…市 “당연한 책무” 불쾌감

경기 하남시와 한국전력공사(한전)가 갈등을 빚어온 ‘동서울변전소’ 증설은 모두가 만족하는 ‘해피엔딩’으로 귀결될 수 있을까요. 하남시가 1년 이상 결정을 미루며 논란이 불거진 경관 심의가 3차례 심의 끝에 조건부로 의결되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남시에 있는 동서울변전소 증설은 한전이 국가송전망 건설에 무게를 두고 추진 중인 핵심 사업입니다.

 

동서울변전소. 한전 제공

27일 하남시와 한전에 따르면 시는 최근 시청에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 관련 건축물 경관심의(공공디자인심의위원회)를 열고 조건부 의결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결정에도 ‘주민수용성 강화’라는 단서가 붙으면서 향후 건축허가와 구조 안전성 심의 등 약 5건의 절차에서 갈등이 재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 현대사회의 복병 ‘공공갈등’…중재 시스템 필요

 

심의위는 이번 3차 심의에서 건물의 외형과 정면 디자인, 야간 경관 등을 주민친화적 내용으로 개선토록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앞서 한전이 약속한 한전 협력사 유치 등을 포함해 120명 이상 근무시설 조성, 주민편의시설을 포함한 복합사옥 건립 등도 이행토록 주문했습니다.

 

동서울변전소 경관개선안 투시도. 한전 제공

변환설비 경관심의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신청된 뒤 본심의와 2차 심의를 거쳤으나 재검토 의결로 마무리된 바 있습니다.

 

심의위가 1년여 만에 조건부 의결안을 내놓은 건 재검토 의결이 과도한 행정행위라는 지적을 받는 데다, 한전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갈등이 고조된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도 지난해 12월 동서울변전소 인허가 관련 행정심판에서 “국가적 공공 이익을 고려함 없이 지역주민의 이익만을 고려했다”며 한전의 손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 행심위는 시의 거부 행위가 사실오인, 비례의 원칙 등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죠.

 

다만, 이번 시의 조건부 의결에도 향후 사업 추진이 가로막힐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시가 앞선 심의에서 ‘주민 의견을 수렴한 외관디자인 선정’을 내세운 데 이어 다시 ‘주민 수용성 강화’를 단서로 달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주민수용성 강화에 대한 기준이 명확지 않습니다. 사무실 및 주민편익시설에 대한 사업 시기 등도 심의에서 적시되지 않았습니다.

 

동서울변전소 경관심의 의결을 요구하며 한전 직원이 하남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전 제공

◆ ‘주민수용성’ 의미와 범위 쟁점…에너지 허브 목표

 

한전이 하남시에서 추진 중인 동서울변전소 증설 공사는 동해안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나르는,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건설의 마지막 관문입니다. 증설을 둘러싼 갈등은 공공정책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공공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이를 단순히 ‘님비 현상’(공공 이익에 부합하지만 내 지역에선 반대)으로 치부하기에는 배경이 복잡합니다.

 

양측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립니다. 하남시는 주민 여론을 살필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증설 공사로 기피시설인 대규모 변전소가 들어서는 자리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 바로 옆입니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주민들은 전자파에 대한 우려를 덜지 못하고 있죠.

 

이에 시는 랜드마크형 변전소 조성과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아트센터처럼 주민 체감형 혜택을 제시해달라고 한전 측에 요청했는데, 시가 아트센터 건립을 요구하며 심의를 미룬다는 식으로 와전됐습니다. 아트센터 건립은 서울 서초구 양지변전소 부지에 세운 한전아트센터가 벤치마킹 모델로, 약 400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 관계자는 “한전은 처음에 기존 용량 대비 3.5배 증설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뒤늦게 1.8배라고 말을 바꿨다”며 “경관심의는 법과 규정에 따른 전문가들의 판단으로, 국가사업을 위해 무조건 주민이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누적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은 변전소 증설 때마다 수백억원 규모의 편의시설을 새로 짓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죠. 전국에 있는 900개 변전소를 증설할 때마다 대규모 예산 집행이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에서입니다. 결국 예산 범위 안에서 변전소 외관을 공장형이 아닌 주민 친화형으로 조성하고, 이렇게 지은 복합건물에 한전과 관련회사 직원들이 상주 근무해 전자파 우려를 해소한다는 계획입니다.

 

하남시청

◆ 건축허가·실시계획변경 인가 등 넘어야…“산 넘어 산”

 

그동안 한전은 주민편의시설 추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시에 관련 의견을 요청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합니다. 한전은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사업의 준공을 2027년 12월로 잡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전은 이날 입장문에서 “실시계획변경 인가, 건축허가 등 후속 인허가에 대해 하남시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드린다”고 했습니다. “국가기간망인 동서울변환소의 신속한 건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도 거듭 내비쳤습니다.

 

하남시는 “시가 고의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앞선 한전 측의 기자간담회에 대해선 여전히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설비 증설 사옥을 유관기관이 함께 근무하는 주민친화형 복합시설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동서울전력 지사·한전KPS 등 6개 유관기관 직원이 근무하는 업무 겸용 복합사옥으로 신축 건물을 꾸미고 HVDC 엔지니어링센터와 연구·교육·전시 공간을 갖춘 허브 시설로 만들겠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해당 사업은 앞으로 큰 무리가 없다면 연내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시에 ‘주민친화’라는 단어의 의미와 범위 역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진 공기업과 수도권 핵심 기초지자체의 원만한 타협과 문제 해결을 기대해 봅니다.

 

사족도 붙여봅니다. 이 문제의 근간에는 ‘솔로몬의 지혜’를 찾기 위한 양측의 치열한 고민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밑 접촉은 있었지만 갈등 해소를 위한 고민은 부족했다는 뜻이죠. 양측이 다시 한 번 협상 테이블에 앉아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지, 감히 제안해 봅니다.

 

아울러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이해관계의 충돌, 이 반복되는 문제를 해소할 있는 보다 구체적 해결책(시스템)을 요청합니다. 행정심판과 같은 틀에 박힌 판결이 아니라, 공공정책 추진 과정에서 빚어지는 ‘공공갈등’을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한 구체적이고 유연한 제도 도입을 논의하자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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