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못 하면 안되잖아요. 더 열심히 해야죠.”
어느덧 리그에서 손꼽히는 가드로 성장한 청주 KB 허예은이 이를 악물었다.

허예은은 지난 26일 천안 KB금융그룹 천안연수원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우승 못한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며 “2025~2026시즌에는 기다려 주신 모든 분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KB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튀르키예에서 활약하던 박지수가 돌아오면서 맏언니 강이슬 부담이 줄었고, 2년차 송윤하 폭풍성장이 기대되는 등 강력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KB가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이유에서 허예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1월 여자프로농구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KB에 합류한 허예은은 데뷔 첫 시즌부터 9경기에 나서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음 시즌 28경기에 나서며 존재감을 뽐냈던 허예은은 2021년 부임한 김완수 KB 감독 밑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며 2022년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KB는 물론 허예은에게도 박지수 그림자는 깊게 남아 있었다. 박지수가 없으면 우승을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박지수가 떠나자 허예은은 증명하고 싶은 욕심으로 가득했다. 허예은은 “입단 했을 때부터 (박)지수 언니와 함께 운동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언니가 그리웠고 보고 싶었지만 저 역시 뭐라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도 “모두가 위기라고 했지만 저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언니가 없어도 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땀을 흘린 덕분에 허예은은 박지수 없이도 지난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하며 두 자릿수 득점(10.0)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은 어시스트(7.0개)를 기록했다. 이런 성적을 바탕으로 허예은은 지난시즌 리그 베스트5에 또 국가대표에 다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김완수 KB 감독은 애제자 허예은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김 감독은 “(허)예은이는 한국 여자농구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가드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선수”라며 “지금까지 잘 해왔고, 많이 성장했지만 앞으로 미래가 더 기대된다”고 소개했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포용하는 김 감독이지만 허예은에게는 때론 엄격하다. 대표적인 장면은 지난해 1월 열린 올스타전이 꼽힌다. 누구보다 코트 위 허예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은 당시 허예은과 매치업을 펼쳤다. 이때 김 감독은 드리블하는 허예은을 상대로 두 차례나 공을 쳐냈다. 허예은이 드리블 할 때 가진 나쁜 습관 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예은은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님은 (박)지현 언니가 멋지게 제칠 수 있도록 도와주셨는데 김 감독님은 끝까지 마크해 결국 공을 쳐냈다”고 서운해하했다. 하지만 허예은은 “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셨을 것”이라며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노력하고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감독님에게도 인정받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목표는 우승이다. 허예은은 “올 시즌 (박)지수 언니나 다른 모든 선수들이 좀 더 편하게 농구를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며 “지수 언니는 당연히 알아서 잘 하시겠지만 아끼는 후배인 (송)윤하는 정말 성장해서 함께 우승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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