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휴게소 뒤편에는 다른 휴게소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2015년 개장한 키즈랜드는 어린 자녀들이 안전하게 뛰놀 수 있는 놀이터로 지금까지 가족 단위 이용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덕분에 장거리 운전 중에도 가족은 휴식을 취하며 다양한 휴게소 음식을 즐기고 아이는 놀이기구를 이용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실제 한 이용객은 “아이도 즐겁고, 저희도 잠깐이나마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키즈랜드는 단순한 놀이 공간을 넘어 고속도로가 가족 친화적인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아이 울음소리가 점점 귀해지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2013년 이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최초의 인구 소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러한 위기 앞에서 저출산 대응을 위한 가족 친화적 기업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감당해야 할 책무가 되었다. 특히 국가적 위기 대응이 필요할 때마다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선도적 역할은 사회적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마중물로 작용해 왔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공공 분야의 선도적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도로공사는 대표적인 공기업인 만큼 이러한 책임을 실천으로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을 통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를 확대해 일과 가정의 균형을 지원했다. 그 결과 남성 육아휴직 이용률은 60%에 달했으며 임신·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한 직원도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났다.
외부 협력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시중은행과 협력해 총 1500억원 규모의 재원을 조성, 저출산 대응에 모범적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도로 인프라를 활용한 가족 친화 정책도 확대되고 있다. 일부 휴게소에서는 다자녀 가정에 2+1 메뉴 혜택을 제공하고 가족 화장실과 키즈존 등 맞춤형 편의시설을 늘려가고 있다.
안정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재원 마련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기존 ESG(환경·사회·거버넌스) 채권을 넘어, 공기업 최초로 해외 EFG(환경·가족·거버넌스) 채권의 글로벌 인증을 올해 상반기에 획득했다. 하반기에 발행될 채권을 통해 조성된 3억달러 규모의 자금은 인증받은 EFG 사업에만 사용되며 집행 내역과 성과는 투명하게 공개된다.
앞으로는 저출산 정책효과의 확산과 실효성 있는 성과 창출을 위해 정책효과를 계량 지표로 측정하고 저출산 극복을 공사 EFG 전략의 핵심과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지자체·공공기관과 협력해 개방형 휴게소, 지역 공부방 등 다양한 가족친화 공간을 확충하고 있다. 아울러 일·생활 균형 만족도, 키즈존 설치율, 취약계층 아동 지원 수 등 구체적 지표를 관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여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특정 기관이나 개인의 노력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앞으로도 한국도로공사는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바탕으로 저출산 대응 모델을 확장하고 사회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분위기 조성에 앞장설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우리 사회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용양 한국도로공사 관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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