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반(反)기업적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기어코 강행할 태세다. 노란봉투법은 24일, 오는 25일엔 2차 상법 개정안까지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원·하청업체 간 생태계가 무너지고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재계의 호소에도, 법안 수정협의체를 가동하자는 야당의 요구에도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당의 입법 독주가 불법파업과 기업의 해외이전 등으로 이어지며 경제를 벼랑으로 내모는 게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해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벌써부터 원청을 상대로 협력업체 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 산하 6개 법인 자회사 노조,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 LG전자의 가전 유지·보수 자회사 노조, 국내 주요 조선소 사업장의 노조(조선업종노조연대) 등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과 자동차, 건설 등 국내 주요 산업은 협력업체 수가 최대 수천개에 달한다. 재계는 “1년 내내 협력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나 파업에 대응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소연하는데, 앓는 소리로만 들리진 않는 게 현실이다.
전국금속노조는 최근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두고 기술과 숙련 인력의 유출을 경고하면서 “노동자 생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최근 임단협에서 계열사 HD한국조선해양의 두산에너빌리티 베트남 법인(두산 비나) 인수로 일감이 분산될 수 있다며 문제 삼고 있다고 한다. 이런 판에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해외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 경영상 판단까지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면 경영권 침해가 현실로 닥칠 수 있다.
재계는 “사용자 범위는 현행법을 유지하고, 노동쟁의 대상에서 사업 경영상 결정만은 반드시 제외해달라”고 수차례 호소했지만, 여당은 요지부동이다. 그러면서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시행 시 부작용이 난다면 언제든 신속히 개정이 가능하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며 무책임한 발언만 쏟아냈다. 정부의 인식도 안일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노란봉투법) 우려의 상당 부분은 과장”이라며 원·하청 노사 상생과 기업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청이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지적엔 “그런 상황이 되면 (법을) 다시 개정하면 된다”고 했다. 병 주고 약 주는 꼴 아닌가. 경제6단체가 최소 1년 만이라도 노사 의견을 충분히 들어 부작용을 최소화해달라고 호소했지만 고용노동부는 “법 개정 후 경영계 등 의견을 수렴하는 상시 소통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딴 소리를 한다.
노란봉투법은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거리가 멀다. 세계적으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를 법으로 명문화한 유례가 없다. 노동계는 미국이나 일본이 시행령이나 판례를 통해 파견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원·하청과 같은 도급관계까지 적용된 바는 없다. 또 판례는 개별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판단하는 만큼 법으로 제도화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죽하면 야당에서 ‘경제내란법’이라는 말까지 나올까.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반기업 입법 폭주를 멈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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