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 실망시킬 순 없었기에
멈출 생각조차 하지 않아” 회상
9월 21일 롯데콘서트홀 공연
브람스·드뷔시 등 작품들 연주
2015년 10월13일 오스트리아 빈 콘체르트하우스. 러시아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의 바르톡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가 끝난 후 피아노 건반 일부가 검붉게 물들었다. 당일 베어서 치료를 받았던 피아니스트 손가락에서 격한 연주 중 다시 피가 흘러나와 벌어진 일이었다. “청중을 실망시킬 순 없었다. 음악이 저를 이끌었다”고 그날을 회상한 피아니스트가 바로 예핌 브론프먼, 데뷔 50주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중 피아니스트’다.
협연 아닌 독주회로는 25년 만에 국내 무대에 서는 브론프먼은 19일 세계일보와 서면 인터뷰에서 “그 순간에는 멈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음악이 저를 이끌었고, 관객과 오케스트라가 함께했다. 그 연결을 놓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975년 17세 때 뉴욕필하모닉과 협연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브론프먼은 음악 인생 50년 중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 “부상, 어려운 레퍼토리, 자기 의심 등 많은 도전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음악 그 자체가 언제나 저를 일으켜 세웠다”며 “피아노와 내가 사랑하는 작품들로 돌아올 때마다 새로운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를 통해 브론프먼은 슈만, 브람스, 드뷔시, 프로코피예프에 이르는 레퍼토리로 낭만주의에서 근대 러시아 피아니즘까지 아우르는 음악세계를 선보인다. 프로그램은 슈만의 ‘아라베스크 C장조, Op.18’,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 f단조, Op.5’, 드뷔시의 ‘영상 제2권, L.111’,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7번 B♭장조, Op.83’으로 구성돼 있다. 서정과 열정, 빛과 색채, 전쟁의 강렬한 에너지가 교차하는 구성이다.
서로 다른 시대 작품을 한 리사이틀에서 연결하는 구성에 대해 브론프먼은 “슈만과 브람스는 서로 다르지만 동시에 깊이 연결돼 있다. 드뷔시로부터 시작된 근대성의 목소리가 프로코피예프로 이어지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드뷔시는 섬세한 빛의 세계를, 프로코피예프는 전쟁의 강렬한 에너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리듬과 구조, 색채에서 탁월한 감각을 공유합니다. 드뷔시 뒤에 프로코피예프가 이어질 때 생기는 대비가 오히려 프로그램의 통합적 요소가 됩니다.”
한국인이 클래식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언급했던 그는 “매번 한국 음악가의 탁월한 기교와 감수성에 감탄한다. 예술에 대한 진지함과 존중, 감정에 대한 열린 태도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25년 만에 한국에서 독무대를 여는 것에 대해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라고 한 브론프먼은 음악가로서 가장 중요한 철학으로 ‘악보에 대한 정직함, 작곡가에 대한 존중, 음악속 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들었다.
“(궁극의 목표라면) 계속 배우고, 음악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하며, 그 진실을 가능한 한 진솔하게 청중과 나누는 것입니다.”
공연은 9월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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