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지역 독립운동가 20명에 서훈…162명째 독립유공자 배출
당시 수원군 화성지역 항일운동 14명, 재외 항일운동 6명 포함
‘독립운동가 3형제’, ‘일가족 7명 독립운동가'…市 미서훈자 발굴
13일에는 ‘기림의 날’ 행사…헌화·헌시·무용극 등 피해자 넋 기려
정명근 시장 “숭고한 정신 헛되지 않게 미서훈 독립운동가 발굴”
#.1 1919년 4월3일 경기 수원군의 우정·장안면(현 화성특례시)에선 대규모 연합시위가 일어납니다. 3·1운동의 여진이 이어지면서 면사무소와 화수경찰관주재소가 완전히 전소하고 일본 순사 가와바타 토요타로(川端豊太郞)가 처단됩니다. 당시 조선팔도에서 가장 격렬한 항일저항 정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마을 구장(이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조직적이고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일제는 주민들에게 ‘내란죄’를 적용합니다. 당시 ‘우정·장안면 연합시위’에 참여했던 독립운동가 13명은 올해 국가보훈부로부터 포상을 받고 비로소 유공자로 인정받습니다. 장안면 출신 안경덕(세례명 가브리엘), 우영규, 김정표, 김치배, 박경모, 정은산, 박복룡, 정순업, 조교순, 최경팔, 박성엽, 엄성구 선생과 우정면 출신 문춘실 선생 등입니다.
#.2 ‘두렁바위 들꽃엔 이슬이 방울방울/ 불에 타고 총칼에 쓰러진/ 임들의 한 맺힌 넋이 드느뇨.’ 3·1운동은 화성지역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제암리 학살이 대표적입니다. 교과서에 실린 서울 탑골공원, 천안 아우내장터의 만세운동과 함께 수원군 제암리는 독립운동의 성지로 회자됩니다. 제암리 학살은 1919년 4월15일 일어났습니다. 제암리 교회와 일대 일가족 학살이 잇달아 일어난 끔찍한 비극입니다. 당시 목숨을 잃은 23구의 시신은 심하게 훼손돼 신원조차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유족들 대부분이 고향을 떠나며 잊힌 사건이 됐습니다. 하지만 학살 사건 이후 제암리를 찾은 스코필드 선교사 등 외국인들이 사건을 알리면서 역사 속에서 되살아 납니다. 1982년 첫 유해발굴과 1997년 유적지 정비사업을 거쳐 2001년 순국기념관이 제암리에 건립되면서 숨진 이들의 넋을 달랬습니다.

◆ 화성시 2014년부터 미서훈 독립운동가 발굴
광복 80주년인 올해 광복절은 화성시에 남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화성지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20명이 대통령 표창을 받고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은 덕분입니다. 시가 국가보훈부에 서훈을 신청한 8명을 포함, 지역 독립운동가와 해외 독립운동가 20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번 서훈을 포함해 화성시 출신 독립유공자는 총 162명이 됐습니다.
18일 화성시에 따르면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서훈자 311명 가운데 공식적으로 화성시 출신이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이는 일제 강점기 행정구역이 수원군으로 분류된 탓입니다.
화성시는 3·1운동 시기에 일본 순사 2명을 처단하는 등 독립운동이 격렬하게 펼쳐진 곳입니다. 시는 2014년부터 미서훈 독립운동가의 기록을 발굴해 국가보훈부에 서훈을 신청해왔습니다.

우정·장안면 3.1운동 외에 송산면에서 일제에 저항했던 홍열후 선생도 이번 서훈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1919년 3월 독립만세운동과 일본 순사 부장 노구치고조(野口廣三) 처단에 가담했다가 옥고를 치렀습니다. 함께 포상자 명단에 오른 홍남후·홍관후 선생까지 삼형제 모두 이번에 서훈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홍열후 선생을 비롯해 김정표, 김치배, 문춘실, 박경모, 안경덕, 우영규, 정은산의 8명 독립운동가는 화성시가 전수조사를 거쳐 발굴한 독립운동가들입니다.
이 밖에 쿠바·멕시코에서 독립운동을 벌인 팔탄면 출신 안순필 선생(2023년 건국 포장)의 부인 김원경 여사와 자녀 안군명·안수명·안재명·안정희·안홍희 선생 등 6명에게도 서훈이 추서됐습니다. 안 선생의 일가족 7명이 독립운동 명문가에 이름을 올린 겁니다.

국가보훈부가 서훈 대상자를 발표한 날, 화성시는 ‘기림의 날’(8월14일)을 하루 앞두고 관련 행사도 열었습니다.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에서 열린 이 행사는 추념사와 무용극 공연, 헌화, 헌시 낭독 등으로 치러졌습니다.
기림의 날은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날로,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되새기기 위해 2017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시는 지난 10여년간 역사적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동탄 센트럴파크(2014년), 캐나다 토론토 한인회관(2015년), 중국 상하이 사범대(2016년), 호주 멜버른 한인타운(2019년), 매향리 평화생태공원(2022년)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자원했다고 합니다.



◆ “국민주권 국가는 역사적 진실 위에 세워져야”
지난 15일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에서 열린 화성시의 광복절 기념식 역시 다채로운 행사로 채워졌습니다. 화성지역 독립운동 연구에 기여한 사단법인 민족문제연구소에 표창장이 수여됐고, 같은 날 오후에는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을 중심으로 항일 무장투쟁에 나선 이들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 ‘범도’의 저자 방현석 작가와 함께하는 북 토크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동화책으로 화성시 3·1운동사를 배우고 태극기 모자이크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보드게임, 다른 그림 찾기, 컬러링 등 어린이·가족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됐습니다. 기념관 진입로에서 광복 80주년 기념 시화전, 시민참여형 사진전 등이 마련됐죠.
정명근 시장은 이날 “다음 세대가 올바른 역사의식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병, 계몽운동, 3·1운동, 무장투쟁으로 이어진 화성의 독립운동 정신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뿌리이자 미래의 나침반”이라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과 투쟁의 역사를 잊지 않고 계승하는 것이 광복 80년이 지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책무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주권 국가’라는 약속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진실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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