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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히로시마 80년, 핵질서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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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4 22:17:47 수정 : 2025-08-14 22: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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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집중됐던 냉전기 ‘긴 평화’
다극화체제 속 핵군비경쟁 치열
북핵 위협도 과거보다 강도 높아
美 핵정책 변화 韓 놓치지 말아야

1945년 8월 6일,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 상공에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핵폭탄을 투하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앞당겼다. 그러나 미국의 핵무기 독점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1949년 소련이 자체 핵 개발에 성공하며 핵 균형이 형성되었고, 이는 곧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의 구조적 억제력을 기반으로 한 냉전 질서로 이어졌다. 미국의 역사학자 존 루이스 개디스는 이 시기를 ‘긴 평화(long peace)’라 불렀다. 이는 미·소 양국이 핵보유국으로서 서로를 직접 공격하지 못했던 억제 효과가 전면전의 방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다.

냉전 종식 이후 국제사회는 군축과 비확산을 통해 핵 질서를 안정시키려 했으나 21세기에 접어들며 그 기반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의 중거리핵전력조약 탈퇴다. 이러한 미국의 결정에 러시아의 조약 위반도 영향을 주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부상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더 큰 요인이었다. 중거리핵전력조약은 미국과 러시아 양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었고 중거리 미사일을 대량생산 및 배치하고 있는 중국은 이 조약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핵다극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과거 냉전기 체결된 양자조약의 실효성이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핵 위협을 전면화하고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국가 존립이 위협받는다면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2020년 채택한 ‘국가 핵억제 기본 원칙’은 러시아에 대한 재래식 공격에도 핵 사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한 핵은 더 이상 억제 수단만이 아니라 외교적 강압의 수단으로도 더욱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중국 역시 전략핵전력을 대규모로 증강 중이며 북한 역시 핵보유국 지위를 법적으로 천명한 상태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 두 국가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핵 사용의 임계치를 낮게 설정하고 있어 위기 안정성을 약화시키고도 있다. 요컨대 핵을 둘러싼 전략 환경은 냉전기보다 불확실성이 배가된 비대칭적 핵다극체제로 이행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선택지에 대해 논란이 분분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상호확증파괴의 억제 기제는 약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핵 없는 이상적 세계는 도래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핵을 제거할 수 없다면 이를 현실적으로 억제(deterrence)하는 기술 개발 및 전략 자산 마련과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북한의 핵 위협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확장억제의 실행력 확보는 우리의 안보에 핵심적이다. 단순히 핵우산의 개념을 넘어 핵작전 기획에 대한 실질적 공조, 공동대응절차의 명확화, 연합훈련과 정보공유 강화를 통한 억제력 구체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윤리적 이상을 넘어선 생존의 문제이다.

히로시마 80년, 핵은 여전히 국제질서의 중심에 있으며 그 위협은 과거보다 더 분산되고 실전적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불과 2009년 ‘핵 없는 세계’를 주창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 강대국 간의 핵 군비경쟁은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핵 없는 세계를 외치기 전에, 먼저 불안정한 핵질서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을 좀 더 현실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전략핵자산은 세계적 수준의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이 정치적·전략적 선택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핵다극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와 핵정책을 유연화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동맹 억제구조 내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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