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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가 던지고, 金이 받다(上)…두터워진 사회안전망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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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13 17:30:00 수정 : 2025-08-14 10:36:58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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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헬기·공공산후조리원·노동안전지킴이 등 ‘릴레이’
‘경선 후유증’ 딛고…李·金 ‘정책 시너지’ 가속 페달
국정 제1동반자 ‘브로맨스’ 부활…“국민 삶 뒷받침”
조기대선 정국에선 ‘실용주의’ vs ‘정책 일관성’ 충돌
정치판에선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고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대표적입니다. 2022년 대선 당시 가치·철학 연대에 나섰던 두 정치인은 올해 조기대선 국면에선 정책 경쟁 프레임을 띠었습니다. 이어 ‘국민주권정부’ 출범 뒤에는 다시 김 지사를 중심으로 정책 연대 내지 동기화 모드에 접어들었습니다. 민선 8기 경기도 정책 가운데는 전임 지사인 이 대통령이 씨앗을 뿌린 게 적잖습니다. 김 지사는 이를 계승·발전시켰죠. 세 차례에 걸쳐 이 대통령이 뿌리고, 김 지사가 키운 다양한 정책들을 살펴봅니다.

#1. 2022년 5월2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광장. 파란색 점퍼를 입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이 유세차에 오르자 청중 사이에선 환호가 터졌다. 같은 해 대선에서 낙선했던 이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변화를 한 번 (시도)해보려다 일시적으로 좌절했다”며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가 성남 상대원의 공단 출신 소년 노동자였다. 성남에서도 아웃사이더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성남시장으로 일하며) 전국에 철거민 도시로 알려졌고 분당구민들이 ‘나 성남 아니고 분당 살아’, 이렇게 말하던 성남을 ‘나 이제 성남 살아’라고 말할 수 있게 바꿨다”고 강조했다.

이날 유세는 김동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의 지방선거를 지원하는 자리였다. 혹독한 검찰의 사정 칼날에 정면으로 맞서며 정치적 생존을 위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도전했던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부담스러운 자리였지만 굴하지 않았다. 당장 보수 정치권에선 “‘대장동’이 최대 치적인 분이 인천 계양구까지 이사해 출마한 뒤 성남 연고를 얘기한다”(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2. 2022년 3월3일에는 정반대의 모습이 연출됐다.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의 대선 유세에는 후보를 막 사퇴한 김동연 당시 새로운물결 후보가 깜짝 등장했다.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에 반발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며 물러났던 김 후보는 “어떻게 권력과 자리를 나눌 거냐고 묻는 건 ‘야합’”이라며 “(이재명과 김동연은) 가치와 철학을 공유해 비전을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의 추진력과 김동연의 일머리가 합쳐지면 못 할 게 없다”며 운동화 한 켤레를 꺼내 선물했다. 국민 눈높이에서 뛰고 걸으며 소통하라는 뜻이었다. 이에 당시 이재명 후보는 곧바로 운동화로 갈아신은 뒤 폴짝 뛰어 보였다. 청중은 기립박수로 답했다.

2022년 3월3일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집중 유세를 벌이던 중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후보로부터 선물 받은 운동화를 신어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다른 듯 같은 길…정치 위기마다 손 내밀어

 

세월은 속절없이 흘렀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계엄·탄핵으로 무너지고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분위기도 싹 바뀌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던 김동연 지사의 행보 역시 ‘정책 경쟁’에서 이제는 중앙정부와의 ‘정책 동기화’로 방향을 굳힌 모습이다.

 

최근 김 지사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보내면서 “민주당 ‘원팀’이 더 나은 국민 삶을 책임지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실 민선 8기 경기도 정책 가운데 일부는 이 대통령의 전임 지사 시절 씨를 뿌린 것들이다. 김 지사가 자신의 색깔을 씌우고 잎을 틔워 뿌리를 내리게 한 셈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왼쪽)가 지난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 직후 이재명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안전망 분야에선 △공공산후조리원 확충 △노동안전지킴이 사업 △군복무 청년 상해보험 △닥터헬기 △대북전단 살포 제재 등이 대표적 릴레이 정책으로 손꼽힌다. 

 

2019년 9월 운항을 시작한 ‘닥터헬기’는 이재명 대통령(당시 경기도지사)과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당시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의 합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늘 위로 날아오른 헬기 안에선 응급실에 맞먹는 의료 활동이 이뤄진다. 외상 외과 전문의가 동승해 심전도 모니터, 자동 심장압박장치, 인공호흡기 등을 활용해 산소 공급, 수액 주입, 출혈 제어의 처치를 한다. 탑승 환자 역시 대동맥 파열, 복부·흉부 손상, 골반 골절 등 중증외상환자들이다.

 

이 대통령은 도입 당시 “헬기 착륙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도가 책임지겠다”고 선언했고, 이 원장은 평생 숙원인 닥터헬기 도입을 위해 지사직 박탈 위기에 처한 이 대통령을 변호하는 자필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2019년 8월 경기도청 잔디광장에서 열린 ‘응급의료전용헬기 종합시뮬레이션 훈련’ 직후 이재명 대통령(오른쪽·당시 경기도지사)과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당시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김 지사도 본격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최근 도는 닥터헬기 운항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시설과 고위험 지역에 설정한 인계점(응급환자 인수·인계 지점)을 기존 176곳에서 182곳으로 늘렸다. 평택 LG전자 디지털파크, 이천 하이닉스 반도체단지 등이다.

 

덕분에 지난 6월까지 누적 출동 횟수 1843건, 지난해에만 573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8대의 닥터헬기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유일하게 24시간, 365일 운항 체계를 갖춰 야간·심야 응급상황에도 출동이 가능한 때문이다.

 

지난해 이송 환자 573명 중 294명(51.3%)은 교통사고 환자였다. 이어 추락사고 및 미끄러짐 160명(27.9%), 부딪힘 49명(8.6%), 기계적 손상 22명(3.8%), 관통상 20명(3.5%), 기타 28명(4.9%)의 순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파행되거나 백지화 위기를 맞은 ‘공공산후조리원’ 역시 경기도에선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씨를 뿌리고, 김 지사가 수분과 영양을 듬뿍 공급한 덕분이다. 산후조리원 비용이 물가 상승률을 뛰어넘어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도내 공공산후조리원 이용료는 민간과 비교해 아직 절반 수준이다. 2주를 기준으로 168만원 안팎이다.

 

공공산후조리원은 2019년 여주에서 처음 문을 열었고, 2023년에는 포천에서 추가 개소했다. 누적 이용자는 2600여 가구로 94점 이상의 만족도를 자랑한다. 연중 예약 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도는 2027년까지 안성과 평택에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 전·현직 경기지사 ‘윈-윈’…“씨앗 뿌리고, 잘 키우고”

 

이 밖에 ‘군복무 청년 상해보험’은 전북·충북 등 광역지자체를 비롯해 이천·군포·의왕·고양 등 기초지자체도 따라 할 만큼 전국으로 확산했다. 2019년 11월 사망·질병 후유장해 등을 보상하는 형태로 시작됐는데, 민선 8기 들어 ‘재난복구지원 군 장병의 안전확보 및 지원조례’로 확대됐다. 도는 국가사업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건의한 상태다.

 

2020년 4월, 10개 시·군에서 시범사업으로 출범한 ‘노동안전지킴이’는 지난해 31개 시·군에서 104명, 올해에는 112명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산업안전보건기준 위반, 안전재해 예방조치 위반, 안전관리자 배치 여부 등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았다.

민선 7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개최한 대북전단 살포 관련 탈북민단체 간담회. 경기도 제공

이 대통령이 지사 시절인 2020년 6월 김포·고양·파주·연천 등 접경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한 ‘대북전단 살포 금지 조치’는 지난해 10월 김 지사가 김포·파주·연천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강화됐다. 김 지사의 행정명령은 설정해제를 할 때까지 무기한 연장된다. 아울러 전단 살포와 관련해선 사전 신고제가 도입됐다.

 

이런 이 대통령과 김 지사가 줄곧 ‘브로맨스’를 이어온 건 아니다. 올해 대선을 앞둔 당내 경쟁에서 전·현직 경기도지사답게 실용주의 노선과 진보정책 고수라는 입장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 논의, 기본소득 정책 보류,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에 전향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안팎으로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까만 고양이든 회색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이른바 합리적 실용주의다.

민선 8기 진행된 대북전단 살포 관련 현장 설명회. 경기도 제공

반면 김 지사는 진보진영의 노동정책을 옹호하고 증세를 주장하는 등 ‘정책 일관성’을 앞세운 진보진영의 가치를 설파했다.

 

이는 결국 만날 수밖에 없는, 다르지만 ‘같은 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중도층 표심을 의식해 실용주의를 표방했고, 김 지사는 민주당 분위기를 살피며 정통성 있는 정책 계승을 외친 것”이라며 “향후 민주당이 주도하는 다양한 개혁 정책에 경기도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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