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가 13일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일이다. 김씨는 역대 전·현직 영부인을 통틀어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출석해 조사를 받은 데 이어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321호 법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은 6일 김씨를 처음 소환해 조사한 뒤 이튿날 자본시장법 위반과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각각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과 관련된 혐의다.
특검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김씨가 첫 대면조사 때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 점 등을 설명하며 약 2시간50분간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김씨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때 착용한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과 모조품 두 점을 증거로 제시하며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 목걸이를 김씨에게 건넨 서희건설 측이 자수서와 함께 진품을 임의제출해 압수했다고 밝혔다. 모조품은 김씨 친오빠의 장모 집 압수수색에서 발견됐다.
정 부장판사는 특검의 이 같은 증거품과 구속 의견서 등을 토대로 김씨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김씨 측은 1시간30분여 이어진 변론에서 특검의 소환 조사에 성실히 응했고, 도주할 이유가 없으며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 등을 내세웠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결혼 전의 문제들까지 지금 계속 거론돼 속상하다”며 “잘 판단해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8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 자료와 60여쪽 의견서, 20여쪽 참고자료, 김씨 병원 진단서 등을 제출했다.
영장심사를 마친 뒤 서울남부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김씨는 곧바로 미결수용자 신분으로 수용 절차를 밟았다. 특검이 수사 대상 모든 의혹의 ‘정점’인 김씨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향후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김씨 일가의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씨가 베트남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그의 입에 이목이 쏠린다. 공항에서 특검에 체포된 그는 특검 사무실로 압송돼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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