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늦게 도착… 걷다 휘청여
옅은 화장에 시선은 바닥 떨궈
점심은 미리 도시락 준비 해와
특검 주변 유튜버 몰려 난장판
“金구속” “특검 불공정” 맞서
헌정사상 첫 전직 영부인 공개 소환이 이뤄진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한복판. 잔뜩 흐린 하늘 아래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 사무실이 위치한 KT광화문빌딩 웨스트 앞에는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취재진 100여명이 운집했다. 오전 10시11분, 검은색 카니발 차량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내리자 현장 곳곳에선 “윤석열 석방” “김건희 구속” 등 구호 소리가 터져 나오며 일대 소란이 빚어졌다.
김씨는 옅은 화장에 검은색 치마 정장과 흰색 셔츠 차림이었다. 가방과 신발도 모두 검은색이었고, 귀금속 등 장신구는 착용하지 않았다. 김씨는 국내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소상공인 브랜드의 10만원대 토트백을 들었고, 포토라인에선 로고가 보이지 않게 가렸다. ‘명품백 수수’ 의혹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씨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휠체어를 타지 않았고, 무표정으로 시선을 아래로 고정한 채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출석 전 건강상 어려움을 호소한 김씨는 이날 조사실로 향하면서도 잠시 휘청였다. 특검팀은 조사 중간에 휴식시간을 보장했다. 김씨는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에도 조사를 받았다.

이날 김건희 특검팀 사무실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몰려든 김씨 지지자들과 반대 시위자들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확성기를 통해 욕설이 울려 퍼지자 출근하던 일부 시민들은 귀를 막고 도망치듯 달려 현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었다.
지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현장 곳곳엔 ‘특검은 공정하게 하라’, ‘왜 김건희 여사만’, ‘김정숙 김혜경도 특검 대상이다!’란 문구를 담은 현수막도 걸렸다. 반대 세력 유튜버들은 김씨가 특검 소환 시각보다 늦게 도착하자 “왜 지각하냐”라는 구호를 외치며 김씨를 구속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가 특검 조사실로 들어간 후에도 양측 대치는 격화했다. 이들은 서로의 확성기를 잡아당기거나, 상대를 향해 원색적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한때 한 반대 시위자가 김씨 지지자들 가까이 접근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으나, 경찰 제지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찰은 이날 포토라인이 설치된 출입구를 제외한 건물 세 면에 모두 경찰 버스를 배치해 차벽을 세웠다.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된 제20대 대통령선거 전부터 각종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랐던 김씨가 수사기관에 직접 출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서울중앙지검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을 수사하던 지난해 7월 대통령경호처 건물에서 비공개로 방문 조사를 받았다. 이에 ‘황제 조사’라는 비판과 함께 특혜 논란이 일었다. 서울고검이 재수사를 개시한 후 수차례 소환 통보를 했으나, 김씨는 모두 불응했다.
과거 전·현직 영부인에 대한 검찰 조사는 대부분 비공개 또는 서면으로만 이뤄졌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남편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이 사실은 이 여사가 귀가한 당일 밤에야 알려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도 2009년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참고인 신분으로 부산지검에서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2012년 내곡동 사저 부지 관련 의혹으로 서면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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