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명의로 1억 거래 사진보도
李 “휴대폰 잘못 들고간 것” 부인
국정위 경제분과서 AI 정책 주관
네이버 등 관련주 대량매입 알려져
미공개 정보 활용한 거래의혹 제기
“변명의 여지 없이 당에 누 끼쳐”
경찰, 금융실명법 위반 입건 조사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4선·전북 익산갑)이 억대 규모의 주식을 보좌관 명의로 차명 거래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정치권에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가 개시되는 등 논란이 확산하자 자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직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차명 거래 의혹은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의원이 휴대전화로 주식거래를 하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며 불거졌다. 사진 속 이 의원은 약 1억원 상당의 네이버, LG씨엔에스, 카카오페이 주식을 거래하고 있었는데, 사용한 계좌는 이 의원이 아닌 차모씨 명의로 된 것이었다. 차씨는 이 의원의 보좌관으로 근무 중인 인물로 알려졌다.

정작 이 의원은 재산신고에서는 주식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3월 공직자윤리시스템에 등재된 이 의원의 재산공개 현황엔 본인과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이 소유한 주식은 없는 것으로 나온다. 이 자료는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작성된 것으로, 올해 취득 주식 여부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 의원 측은 ‘이 의원은 주식거래를 하지 않으며, 보좌관 휴대전화를 자신의 것으로 착각해 본회의장으로 들고 간 뒤 주식창을 열어본 것 같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서도 “차명 거래 사실은 결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본회의장 앞에서 취재진에 “조사하면 밝혀질 것”이라며 재차 결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이 의원은 밤 9시 21분 페이스북에 “변명의 여지 없이 제 잘못”이라며 “신임 당 지도부와 당에 더이상 부담을 드릴 수 없다고 판단해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원장 사임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이 의원이 차명 거래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본인 계좌를 남이 이용하도록 방조한 행위도 마찬가지로 처벌 대상이다. 이 의원이 매입한 주식은 인공지능(AI) 관련 종목들이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으로 AI 정책을 다루는 점이 조명되며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거래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후 이 의원 의혹과 관련, 긴급 진상조사를 하라고 당 윤리감찰단에 지시했지만, 이 의원이 탈당 의사를 밝히면서 당내 징계 절차가 더는 진행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 권향엽 대변인은 “정 대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고, 당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며 “본인이 자진 탈당을 하면 더 이상 당내 조사나 징계 등을 할 수 없는 만큼, 의혹에 대한 진상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는 입장도 말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이 의원 등을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한 개인으로부터 ‘이 의원의 비자금 조성이 의심되니 철저히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 위원장을 즉시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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