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한국산 쌀의 일본 수출이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 내 쌀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쌀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6월 한국산 쌀의 대일본 수출량은 총 416톤(t)으로 집계됐다. 199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출량이다.
기존 최고 기록은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2년의 16t에 불과했다. 아예 수출이 없었던 해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일본 시장에서 한국산 쌀이 자리를 잡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단순히 싸서 산 게 아니다”…日이 주목한 ‘한국산 쌀’의 경쟁력
이번 수출 증가의 배경에는 일본 현지 쌀값의 이례적인 폭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 자국 쌀 산업 보호를 위해 고율 관세와 엄격한 시장 장벽을 유지해 왔다.
현재 일본이 수입 쌀에 부과하는 관세는 1kg당 341엔(약 3194원)에 달한다. 지난 5월 기준 일본산 쌀 평균 판매가격(1kg당 약 840엔)의 40% 이상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
그동안 이처럼 높은 관세 장벽으로 인해 한국산 쌀은 일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기 어려웠다. 최근 일본산 쌀값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올해 5월 일본의 쌀 평균 소매가격은 5kg당 4200엔(약 3만93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시기 일본에서 판매된 한국산 쌀은 관세를 포함한 4kg 기준 약 4000엔 수준으로, 양국 쌀의 가격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 실제로 5월 한 달간 한국산 쌀의 일본 수출량이 가장 많았다.
한국 내 쌀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식생활의 변화, 다양한 식재료 소비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
2024년 기준 국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5.8kg으로, 2000년(93.6kg) 대비 40% 이상 줄었다. 일본도 같은 기간 64.6kg에서 51.5kg로 줄었지만, 한국의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
이로 인해 국내 쌀 시장은 만성적인 공급 과잉에 직면해 있다. 수출 확대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 “해외 없인 못 버틴다…‘프리미엄’ 전략으로 가야”
전문가들은 이번 수출 증가를 단순히 가격 요인에 국한된 일시적 현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내 식량안보 우려와 수입선 다변화 요구가 맞물리며, 한국산 쌀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처럼 자국 농산물 보호에 민감한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수출이 늘었다는 것은 단순한 가격 우위뿐 아니라 한국산 쌀의 품질과 안정적인 공급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 평가받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쌀 소비 감소가 구조적인 흐름인 만큼 해외 시장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넘어서기 위한 품종 개발, 기능성 강화, 브랜드화 등 프리미엄 전략이 병행돼야 한국 쌀의 해외 진출이 지속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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