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법·상법·‘노봉법’ 강행 방침
당원·지지자만 바라보겠다는 건가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정청래 대표 취임 첫날부터 쟁점 법안들 처리를 밀어붙였다. “폭풍처럼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는 정 대표 말대로 민주당은 방송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강행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에 나서며 표결은 미뤄졌다. 하지만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민주당이 167석을 차지하고, 국민의힘은 107석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필리버스터는 그저 지연 전술에 불과할 뿐이다. 다른 쟁점 법안인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역시 방송 3법과 마찬가지로 거대 여당의 뜻대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손쉽게 넘을 전망이다.
방송 3법은 KBS·MBC·EBS 이사진 구성과 사장 임명 방식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사 정원을 늘려 노동조합 등도 이사를 추천하도록 함과 동시에 사장은 이른바 ‘국민 추천위원회’가 정한 후보 중에서 뽑도록 했다. “정부·여당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악법”이라는 국민의힘의 반발이 그저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은 어떤가. “기업의 경영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켜 우리 경제 성장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가 크다. 모두 여야가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 할 안건들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원내 과반 의석을 앞세워 단독으로 강행 처리할 태세이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로 표결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이대로라면 방송 3법은 물론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도 8월 안에 국회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된다. 이쯤 되면 협치 포기와 야당 무시 선언을 넘어 아예 ‘다수당 입법 독재’ 선포가 아닌가. 민주당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국회 다수당을 향해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관용·자제·대화·타협에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한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정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하고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등 다른 전직 대통령들 묘소는 건너뛰었다. 6·3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득표율은 49.4%였다. 국민 절반가량은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오직 당원과 지지자만 바라보겠다’는 입장인 듯하니 실망을 금할 길 없다. 국민 통합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여당 대표의 언행에 국민은 그저 불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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