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특혜·쪼개기 계약 ‘횡행’
발주처 지자체 “몰랐다” 해명만
특정업체 유착 반복… 제도 도마에
전국 시·군의회가 수의계약을 통해 친인척에게 특혜를 주거나 예산을 쪼개 특정 업체에 몰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처인 지자체는 “시의원과의 관계를 몰랐다”는 해명만 반복하고 있어 공정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4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전북 김제시의회 최모 의원의 조카가 운영하는 인쇄업체는 최근 3년간 시로부터 총 230건, 3억2000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따냈다. 이 업체는 최 시의원과 부인이 잇따라 운영하다 시의원 당선 후 조카에게 넘겨졌으며, 특정일에는 하루 평균 5건의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의원은 자신과 무관하고 김제시는 “미처 몰랐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김제시의회 전수관 의원의 형이 운영하는 홍보물 업체도 농업기술센터와 보건소로부터 1억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수주했다. 전 의원은 “형의 사업을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자신이 해당 부서를 관할하는 상임위원회 소속이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된다.
전북 전주시의회에서는 전모 의원이 지난해 ‘전주맛배달’ 사업 예산(1억800만원)의 약 70%인 7000만원을 본인과 지인이 운영하는 미용실 4곳에 집중 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전 의원은 공식 사과하고 시의회 문화경제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사퇴했다.
경기 연천군의회에서는 한 의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인쇄 업체에 3년간 2억원 이상의 수의계약을 집중한 의혹이 제기돼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에 돌입했다. 연천군 역시 “해당 업체가 의원 가족 소유임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대구 중구의회에서는 배태숙 의장이 구의원 당선 후 차명으로 인쇄?판촉물 회사를 만들어 중구청과 수의계약으로 9차례에 걸쳐 일감을 따내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 6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직위해제됐다.
현행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은 시의원이나 단체장의 형제자매 등 친인척과의 수의계약에 대한 직접적인 제한 규정이 없어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친인척이나 특정 업체와의 유착이 반복되면서 제도 자체의 한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관계자는 “공공 계약의 신뢰를 훼손하는 수의계약 남용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계약 체결 내역 공개와 감시 체계 강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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