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지난달 닷새 동안 최대 800㎜의 역대급 ‘괴물 폭우’로 인한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인 경남 산청군 내수마을에서 만난 마을 주민의 하소연이다.
서성동 내수마을 이장은 “비만 오면 마을 주민들이 무섭다는 말을 하고, 집에 못 들어가겠다고 할 정도로 폭우 트라우마가 여전한 상태”라고 호소했다.

다행히 이날 내린 비에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수마가 할퀴고 간 곳의 복구 작업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많은 비가 내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산청 주민들은 침울함을 넘어 침통한 분위기다.
산청은 지난달 괴물 폭우로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14명이 사망하고, 중상 4명에 실종된 1명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명피해 뿐만 아니라 재산피해도 상당하다. 2만8843건의 피해 건수, 4752억원의 피해액이 집계됐다.
피해 상황이 이런데다 아직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데 이번 주에 많은 비가 예보돼 있어 산청 주민들은 그저 망연자실한 상태다.
이상록 신안면 신기마을 이장은 “우리가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저 속만 타들어 간다”며 속상해했다.

그는 “전에 내린 비로 제방 복구가 다 마무리 되지도 않은데 또 큰 비가 내린다고 하니 제일 걱정이다”며 “제방 물이 넘치면 동네가 다시 물난리를 겪을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차규석 생비량면 송계마을 이장은 “어제는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해서 일찌감치 동네 주민들 모두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면서 “지난번에 내린 비보다는 덜 오긴 했지만 별다른 피해가 없어서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차 이장은 “주민들 집에는 이제 벽 말고는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다”며 “집안으로 들이닥친 토사를 겨우 다 치워 놨는데 허사가 될 것 같아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신안면 야정마을에 사는 유승연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산청군지회장은 “괴물 폭우로 가축도 폐사해 우리 농민들은 모두 잃어버린 상태라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다. 제발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5일까지 경남에는 80~150㎜, 경남 남해안과 지리산 부근에는 최대 250㎜ 이상의 많은 비가 예보돼 있다.
산청군은 전 공무원 비상소집을 하고, 군내 모든 읍면에서 주민 사전 대피와 재해 취약지역 점검에 나섰다.

경남도도 집중호우에 대비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도는 3일 밤부터 4일까지 많은 비가 내려 진주시, 산청군 등에서 1810가구, 2559명이 마을회관과 경로당 등에 대피했다고 밝혔다.
도내 전 시군에 내려진 기상특보가 해제되면서 현재는 이 가운데 347가구 556명이 귀가했고, 1463가구 1993명은 대피소에서 대기 중이다.
3일 밤 12시부터 이날 오전 8시30분까지 도내 평균 강수량은 72.5㎜를 기록했다.
도는 이날 오전 비상 2단계를 해제하고, 상시 대비로 전환했다. 산청군은 전날 오후 5시3분쯤 전 지역 주민대피 명령을 발령했다가 이날 오전 10시쯤 해제했다.
도와 도내 18개 시군에서 2072명이 비상근무를 하며 산사태 피해 지역과 인명 피해 우려 지역, 재해 취약 시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지난 호우로 피해를 본 시군에는 부단체장을 중심으로 2차 피해가 없도록 대비·대응을 철저히 하라"며 "산사태 피해지역은 조속히 응급 복구와 예찰을 실시하고 일몰 전까지 사전에 주민 대피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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