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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명 잘렸다”…이들이 한순간에 정리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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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04 05:00:00 수정 : 2025-08-04 06:20:15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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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화이트칼라 ‘구조조정’ 현실로…주요 기업들 잇단 40~50대 퇴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불과 두 달 만에 또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이번에는 약 9000명의 직원을 추가 감원했다. 지난 5월 600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인력 정리에 나선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40~50대 중간 관리자급 인력을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잇따라 50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중장년 화이트칼라의 생존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대기업들도 40∼50대 직원을 겨냥한 희망퇴직을 잇따라 시행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4일 업계에 따르면 MS는 최근 “조직 효율성과 유연성 강화를 위해” 약 9000명을 감원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1월에는 전체 인력의 1%를 ‘저성과자’ 중심으로 정리했고, 5월에는 6000명을 해고했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올해에만 수만 명이 회사를 떠나게 되며, 이는 MS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이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감원 대상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기존 계층 중심 조직의 허리를 이루던 40~50대 중간 관리자층을 집중 타깃으로 삼았다. MS는 이들을 과감히 정리하며, 계층적 구조에서 벗어나 AI 중심의 수평적·기능 중심 조직으로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 유사한 흐름…“화이트칼라도 더는 안전지대 아냐”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기업에도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 KT는 올해 초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해 약 2800명이 퇴사했다. 대상자의 대부분은 50대 과장급 이상 중간 관리자였다.

 

LG유플러스는 만 50세 이상,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 중이다. 1968년 이후 출생자에게는 연봉의 최대 3배에 달하는 4억원대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지원까지 포함한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다.

 

SK텔레콤도 퇴직 위로금을 기존 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으로 대폭 상향해 사실상 50대 직원 정리 및 세대교체를 유도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도 유사한 조짐이 나타난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최근 9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 본사 인력만 약 3000명 가까이 줄였다.

 

업계는 이번 MS의 결정을 두고 “예고된 미래가 현실이 된 것”이라는 반응이다. AI의 빠른 발전과 글로벌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고학력·고임금 전문직조차 구조조정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AI는 이제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기획·관리·분석 등 중간 관리자급이 맡아온 의사결정 보조 기능까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AI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다. 이에 따라 신규 채용도 대폭 축소되는 추세다.

 

◆“경력은 자산이 아닌 리스크”…산업 구조 자체의 변화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산업 구조 자체가 AI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감원은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려는 차원이 아니다. 전통적인 계층형 조직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며 “중간 관리자 감축은 그 상징적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자동화’와 ‘인적 재구조화’라는 두 축이 자리잡고 있다. 고임금·저효율 구조로 지목되는 50대 관리자들은 신기술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빠르게 학습하는 젊은 인재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40~50대 감원자들의 재취업 기회는 제한적이다. 조직 내에서 ‘조율자’ 역할을 수행해왔던 이들이 이제는 AI에 의해 그 역할마저 대체되면서 시장 내 경쟁력도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조직은 더 젊고 유연해지길 원하고, 기술은 이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게티이미지

기술 전환을 위한 교육 인프라나 커리어 전환 프로그램이 부족한 현실에서 경력이 오히려 리스크가 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건 단순한 일자리 축소가 아닌 세대의 위기이자 경력의 위기”라며 “과거에는 경력이 자산이었지만, 지금은 변화에 뒤처지면 오히려 부담이 되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기술 적응력 없는 조직은 살아남지 못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수억 원의 위로금을 감수하면서까지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더 이상 기술 전환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조직을 유지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조직은 더 젊고 유연해지길 원하고, 기술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MS의 구조조정은 단지 한 기업의 결정이 아닌 산업 구조 전환의 서막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제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단순한 인력 수가 아니다. 얼마나 빠르게 기술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실질적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은 일시적인 인사 전략이 아닌 산업 지형 자체를 뒤바꾸는 구조적 변화”라며 “기술 적응력 없는 개인과 조직은 더 이상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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