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절반 주취자… 4년 연속 과반
응급실 치료과정에서 의료진이 폭행과 위협을 당한 사례가 3년간 37%나 급증한 거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이 3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응급의료 방해 사례는 모두 801건이다. 3년 전인 2021년 585건에 비해 37%가 늘어난 수치다. 올해 상반기 역시 총 306건 신고가 접수됐다.

올해 신고를 사유별로 보면 응급의료 의료진을 향한 폭언·폭설이 587건(73.3%)으로 가장 많았다. 물리적 폭행이 123건, 의료진에 대한 협박(36건)과 기물 파손(28건)이 뒤를 이었다.
응급의료 방해는 주로 주취자에게서 일어났다. 지난해 응급실 폭행 가해자가 주취자인 경우는 444건(55.4%)으로 절반을 넘겼다. 주취자 난동 비율은 2021년(52.6%), 2022년(53.8%), 2023년(51.9%)까지 4년 연속 50%를 웃돌았다. 올해 1월에는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의 한 의사가 부부싸움 중 배우자가 휘두른 식칼에 팔을 다친 환자의 응급수술을 마친 뒤 보호자인 가해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의료계 공분을 샀다.
현행법은 응급실 의료진에 대한 보호를 명시하고 있다. 응급의료법 12조는 누구든 응급의료 종사자의 진료를 폭행·협박·위계·위력 등으로 방해하면 안 되고, 응급의료 시설?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60조는 응급실에서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할 경우 10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한다. 중상해에 이를 경우엔 가해자에게 3년 이상 유기징역이 내려진다. 사망까지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의료인을 향한 폭행?협박 등이 발생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시 진료를 거부?기피할 수 있게 하는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을 지방자치단체, 의료인 단체 등에 보냈다.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의료법 6조에 따라 응급의료를 요청받았을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는데, 의료인을 향한 폭행과 협박을 ‘정당한 진료 거부 사유’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지침에도 응급 의료진이 계속 폭행에 노출되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폭력사건에 대응하는 법률?정신 상담을 담당할 자체 ‘신속 상담대응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김미애 의원은 “응급실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자 누구나 의지해야 하는 안전지대여야 한다”며 “응급실은 더 이상 무법지대여선 안 되고, 의료진 보호를 위한 강력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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