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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에 숨이 턱턱 … “휴식은커녕 목 축일 새도 없어” [밀착취재]

입력 : 2025-08-03 18:51:08 수정 : 2025-08-03 21:33:17
안성=글·사진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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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물류센터 일용직 해보니

밤 9시~다음날 오전 6시 근무
컨베이어벨트 열기에 땀 줄줄
냉장고서 꺼낸 물 금세 미지근
“연대책임 탓 작업 지체시 경고”

지난달 31일 경기 안성의 한 물류센터. 오후 10시 기자가 1층 작업장에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와 높은 습도가 순식간에 폐속까지 밀려들어 왔다. 한낮에 달궈진 물류센터 온도는 해가 진 뒤에도 좀처럼 식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체감온도를 끌어올렸다. 물류센터 측이 작업자들에게 제공한 냉수는 높은 실내온도 탓에 20여분 만에 미지근하게 식었다. 작업자들의 옷은 땀에 젖은 채 마를 틈이 없었다.

 

한밤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자가 이날 오후 9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일용직으로 일한 물류센터 내 체감온도는 한낮의 더위 못지않았다. 택배노동조합 폭염감시단이 이날 인천의 한 물류센터에서 실내온도를 측정한 결과 밤사이에도 기온이 30도 이상을 기록했다. 한낮 폭염 수준의 더위가 밤새 이어진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작업장의 온도가 32.8도에 이르는데 33도를 넘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의 한 물류센터 심야 작업자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11시30분쯤 휴게실에서 열대야를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휴게실은 작업공간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식사시간 외 휴식이 사실상 어려웠다.

벌게진 얼굴의 한 작업자는 “밤샘이라 힘든 건 당연하지만 더워서 더 힘들다”며 “지난주 안성이 40도까지 기록했는데, 그때는 10분씩 쉬게 해주더니 기온이 조금 떨어져서 그런지 오늘은 쉬는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업무의 특성상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데, 무더위 탓에 작업능률이 떨어지면서 쉬는 시간조차 보장하기 어려워졌다. 누군가 작업이 지연되면 같은 구역의 작업자들이 연대책임을 지는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물류센터 측은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곳곳에 비치된 얼음물을 마시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이어진 심야 근무에서 식사 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는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 공간은 이동 시간만 10여분이 소요되는 데다, 얼음물이 있는 냉동고 역시 5분 거리에 있어 다녀오기 쉽지 않았다.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기록한 지난달 29일 냉방장치가 없는 경기 파주의 쿠팡 일산1캠프에서는 작업자 한 명이 온열질환 증상으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어려움은 폭염만이 아니다. 밤낮이 뒤바뀐 심야작업자의 사망사고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시간대별 산재 현황’에 따르면 산재 사망자 수는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오후 10시∼오전 6시 부상·사망자 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야간 시간대 사고 재해자는 2022년 8314명에서 2023년 9060명, 지난해 9433명으로 3년 연속 증가해 2017년 4782명과 비교하면 7년 사이 2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하루 파업을 벌인 쿠팡의 배송노동자들은 폭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 규칙의 개정으로 사업주에게는 폭염 시 2시간당 20분 이내의 휴게시간 부여 의무가 생겼지만, 휴게시간이 부여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성=글·사진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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