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일 국립극장서 ‘화합’ 클래식 무대
아리랑 환상곡·드보르자크 작품 등 선사
서울시향·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도 공연
극단 백수광부, 日 원작 ‘국어의시간’ 올려
모국어 빼앗긴 비극·정체성의 혼란 그려
뮤지컬 ‘열차 37호’ 카자흐 배우들과 협업
폭염과 휴가철이 맞물리는 8월은 전통적으로 공연계에선 비수기로 통한다. 무더위 속에서 야외활동이 줄고, 관객들이 도심을 떠나는 시기인 만큼 대형 기획 공연이나 신작 무대가 드문 시기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8·15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공연이 뜻깊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시대의 상처와 회복, 자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무대가 준비되고 있다.
◆벅찬 감격의 광복 80주년 공연들
특히 광복 80주년 클래식 무대가 풍성하다. 국립극장 기념 음악회 ‘화합’이 대표적이다. 8월20일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음악이 주는 감동을 통해 민족과 시대의 상처, 갈등의 기억을 극복하고 광복의 의미를 되새긴다. 1부에선 북한 작곡가 최성환이 민요 아리랑을 환상곡 풍으로 풀어낸 ‘아리랑 환상곡’과 작곡가 손다혜가 우리 역사 속 세 곡의 애국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은 ‘하나의 노래, 애국가’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들려준다. 2부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산하 청년예술단체 국립심포니콘서트오케스트라가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한다. 80년 전 광복이 가져온 커다란 환희와 울림을 표현할 예정이다.

광복절 당일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최수열 지휘로 기념음악회를 개최한다.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 연주로 시작해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김태형이 협연한다. 피날레는 러시아 압제에 대한 핀란드의 민족적 투쟁과 자유, 승리를 그린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3, 4악장으로 장식한다.
광복 80주년을 기리며 처음 선보이는 작품도 있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23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교향적 칸타타-빛이 된 노래’를 선보인다. 1부에선 ‘새야 새야’, ‘대한제국가’, ‘독립군가’, ‘압록강 행진곡’ 등이 김성진 지휘로 연주된다. 2부에선 이신우 작곡가의 교향적 칸타타 ‘빛이 된 노래’가 초연된다. 일제강점기 시절 선율조차 만들어내기 어려웠던 환경에서 외국의 군가, 민요, 찬송가 선율에 우리말 가사만을 덧붙여 만들어졌던 노래들의 절박한 결의와 억눌린 감정, 그리고 꺼지지 않은 염원을 다시 소환하는 무대다.
이신우는 “특정한 작곡가 없이 불렸고 악보로 정리되지 않았지만 울림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소리에 대한 경청이자 오늘의 감각으로 응답하는 작곡적 시도”라고 작곡노트를 통해 밝혔다.
◆조선인 교사와 고려극장 배우들 이야기
연극판에선 극단 백수광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언어 상실과 정체성 혼란을 그린 연극 ‘국어의시간’을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대학로 CKL스테이지에서 선보인다. 1940년 경성의 한 소학교를 배경으로 조선인 교사들이 일본식 이름과 언어로 살아가며 겪는 내면의 갈등을 조명한다.
조선총독부의 감시 아래 일본식 성명 강요와 일본어 교육을 독려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칠판에 한글로 쓰인 낙서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조사하기 위해 조선총독부 관리가 학교에 찾아오며 교사들 사이에 긴장과 의심이 증폭된다. 요미우리 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오리 키요시 원작으로 전막 일본어로 진행되며 한국어 자막이 동시에 상영된다. 극단 백수광부 단원들이 일본어를 직접 습득하고 훈련하며 작품에 몰입해 왔다.
극발전소301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서 여성 독립운동가를 전면에 내세운 연극 ‘분홍 나비 프로젝트’를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린다. 작품 속 주요 사건 배경과 인물 설정 일부를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작품이다. 항일투쟁, 간도특설대, 친일파 청산 등과 관련된 내용에 극적 상상력을 더해 극을 전개한다. 남양주 다산아트홀에서 8∼9일 공연 후 서울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13일부터 24일까지 공연한다.

서울문화재단의 대학로극장 쿼드에선 14, 15일 독립군 홍범도 장군이 말년에 경비를 섰던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 배우들 무대가 열린다. 서울과 중앙아시아의 예술인들이 공동 창작한 한국어 뮤지컬 ‘열차 37호’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에 극장을 세우고 해방을 염원하며 살아온 지난 세월에 존경의 의미를 표하는 작품이다. 대사 없이 전 곡이 노래로 구성된 ‘송스루’ 뮤지컬로 한글 문화권 최초의 극장이자 93년의 디아스포라 역사를 간직한 카자흐스탄 국립 아카데미 고려극장 배우들과 국내 창작진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서울 공연 후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도 순회공연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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