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쫓겨 양보한 느낌” “자축할 상황 아냐”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에 대해 야권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 등은 15% 관세율을 지적하고 나섰다.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대미 투자 금액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높다는 이유에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전 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세 제로 정책인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반대했으면서 관세 15% 협상은 자화자찬한다”며 “내가 여당 대표 시절인 2011년 10월 한미 FTA 추진할 때는 광우병 괴담을 만들어 온 국민을 선동해서 반대하면서 나를 매국노라고 했다”고 적었다.
홍 전 시장은 “미국은 월령 30개월 넘는 소고기는 먹지 않나. 미국산 소고기 먹느니 청산가리 먹겠다던 개념 연예인은 어디 갔나”라며 “그렇게 난리를 쳤는데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가장 많은 나라가 한국이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온 세계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했다.
2011년 11월 한미 FTA 국회 비준안 표결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 등 조항을 문제 삼아 반대했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단독으로 처리한 바 있다.
그는 또 다른 글에선 “세계정세는 동맹, 자유무역은 사라지고 약육강식의 자국 이익만 존재하는 신제국주의가 만연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홍 전 시장은 “최근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책을 다시 읽고 있는데 페르시아의 몰락, 로마제국의 몰락, 몽고 원나라의 몰락, 오스만 터키의 몰락, 대영제국의 몰락, 소련의 몰락 등을 거치면서 미국은 얼마나 오래가는 패권 국가가 될지 폴 케네디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전날 국회에서 만난 취재진에 “우리가 협상을 잘한 게 아니라는 전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먼저 타결된 일본이나 유럽연합(EU)과 비교해도 동일하게 15%를 받은 건 손해다. 우리는 원래 0%였다. 동일한 15% 관세를 적용받으면 손해가 되는 것이다. 일본, 유럽연합과 동일한 기준에서 협상됐다고 하려면 13%까지는 낮췄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또 “트럼프가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 완전 개방을 요구했다고 하는데 용산(대통령실)의 입장은 다르다. 용산에서는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이 없다고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 미국에서 나오는 얘기는 좀 달라 종합적으로 파악하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도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아쉬운 협상”이라고 평했다. 나 의원은 “15% 합의로 숫자를 맞췄다고 하지만, 일본은 그동안 자동차 2.5% 관세가 있었다. 우리 대한민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0% 무관세였다”며 “0%인 자동차 수출이 15% 관세가 붙여지는 것과 2.5%에서 15%가 되는 것은 자동차 산업 경쟁력, 수출 경쟁력에 있어 크게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FTA를 통해서 자동차는 관세율 제로였고, 일본은 2% 적용받고 있었다. 동일하게 15%가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일본 차의 경쟁력이 더 커지는 점이 우려된다”며 “(정부가) 협상 시한에 쫓겨 많은 양보를 했다는 느낌이 든다”고 짚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미 관세협상 타결 그 자체는 다행이지만, 정부가 자축할 상황은 결코 아니다”라면서 “그동안 FTA(자유무역협정)로 무관세이던 한국이 일본과 EU(유럽연합)처럼 15%를 내게 됐다. 실익 없이 도매급 취급을 받은 협상 결과”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정부 관세 협상단은 미국과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대미투자펀드 3500억달러 조성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1000억달러 구매 등을 약속하는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논란이 일었던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과 쌀 수입 쿼터 확대는 협상안에서 제외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에 관세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큰 고비를 넘겼다. 촉박한 기간과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정부는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통해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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