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첫 정상회담 일정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31일(현지시간)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고위 외교 당국자는 중국에 대응하는 성격의 ‘주한미군 역할 변화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양국의 무역 협상 타결과 함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주 내”로 정상회담 일정을 거론한 지 하루 만인 31일(현지시간)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하며 정상회담 일정 등을 논의했다.

회담 후 주미대사관에서 가진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조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이 곧 있을 것이라 보도됐다”며 “날짜를 조율 중이며, 내용(의제)도 실무 선에서 충실히 만들어가자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한미 협의 상황에 정통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날짜가 언급됐음을 확인했지만 일정 확정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주는 한국 시간으로 8월15일 광복절 전후가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에 1만여명의 국민을 초청해 ‘국민 임명식’을 진행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이르면 다음 주 후반 잡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장관은 이날 루비오 장관과의 첫 대면 회담에 대해 "건설적이고 좋았다"고 평가했다. 전날 무역 협상이 잘 타결된 점을 확인한 뒤 루비오 장관은 요동치는 세계 정세 속 미국의 역할, 한국과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이 원하는 한·미 동맹의 현대화 내용과 관련 “국제정세 변화, 테크놀로지(기술) 변화, 그리고 '중국의 부상'이라고 말하는 중국의 전략적 역할 확대 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로부터 동맹 현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가능성이 이례적으로 거론된 것이다. 다만 이 당국자는 “동맹이 완벽한 의견 일치를 볼 수 없다. 시간은 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이 주한미군 감축이나 재배치, 대만 해협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의 역할 확대와 같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동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고위 당국자는 "미국이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 국무부는 루비오 장관과 조 장관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국제 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 해협에 대한 언급에 대해 이 고위 당국자는 "루비오 장관이 언급했을 뿐 한국 측에서는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고, 해당 이슈를 미국 측에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라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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