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합성니코틴 담배에 궐련 담배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관련 규제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정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답변서에서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궐련 담배와 마찬가지로 건강에 유해하므로 동일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자담배 청소년 흡연 증가와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선 “현재 합성니코틴 전자담배 등이 담배사업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아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담배사업법상 담배 정의 확대를 통해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합성 니코틴으로 만들어지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배’를 연초(煙草)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한정한다. 현행법상 담배는 담배 제조·유통·판매 허가 등에 관리·감독을 받아야 하고, 경고문구·그림 표기, 가향 물질 표시 제한, 광고 제한 등 규제를 받는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액상형 전자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똑같은 규제가 적용되도록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를 ‘연초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작업을 지속해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담배사업법 개정안 10건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돼 논의 중인 상태다. 이들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담배의 정의를 ‘니코틴을 원료로 제조한 것’으로 확대해 온라인 거래를 금지하는 등 청소년의 전자담배 흡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세금이다. 현행 담배사업법 기준에 따라 합성니코틴 액상에 과세하면 1만~2만원대인 30ml 액상 가격은 4~5배가량 오른 7만~10만원 인상된다. 액상 30ml와 비슷한 흡연량인 궐련형 담배 1보루의 가격(4만 5000원)과 비교했을 때도 최소 3만원이 비싸다. 그렇다 보니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소매업체들은 가격경쟁력 저하로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는다며 우려하고 있다.
합성니코틴 시장이 날로 커지며 시장에 뛰어드는 소상공인도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담배용 용액 수입액은 전년보다 39.5% 늘었다. 올해 1분기 수입액도 전년 대비 8.5% 증가해 우상향 중이다.
현재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성니코틴과 천연니코틴 액상 담배에 다른 법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업계는 이에 따라 연간 약 1조 6000억 원의 세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한편,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는 그간 청소년의 ‘흡연 관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온라인에서 ‘형식상’의 성인 인증만 거치면 누구나 구입이 가능해 청소년들도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들 제품은 화려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달콤한 향기로 청소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 독특한 외관과 매력적인 향은 기존 담배와 확연히 달라 일반 담배로 인식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들은 부모와 교사의 눈을 피해 사용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청소년건강패널조사’ 1∼6차(초6∼고2) 조사 결과, 학년이 높아질수록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늘었다.
남학생의 담배 제품별 현재 사용률은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진학할 때 궐련 2.12%에서 5.50%, 액상형 전자담배 1.19%에서 3.57%, 궐련형 전자담배 0.65%에서 1.67%로 각각 높아졌다.
같은 기간 여학생의 담배 제품별 사용률은 궐련 1.19%에서 1.33%, 액상형 전자담배 0.94%에서 1.54%, 궐련형 전자담배 0.24%에서 0.32%로 각각 증가했다. 여학생들의 경우 이번 조사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이 궐련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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