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기후 불확실성까지 겹쳐…소비쿠폰 기대 속 구조적 대응 필요성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올해 상반기 5년 만에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경기 침체와 기후 변화, 소비 패턴의 온라인 전환 가속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역성장은 2020년(-6.4%) 이후 5년 만이다. 오프라인 매출 증가율은 2021년 8.6%에서 2022년 5.4%, 2023년 2.1%로 계속해서 둔화되다 결국 올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온라인 유통은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 7.2% 증가에 그쳤던 온라인 매출은 올해 15.8% 급증하며 뚜렷한 반등에 성공했다. 소비자의 구매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도 확인된 셈이다.
◆민생소비쿠폰 효과에 ‘희비’…편의점 기대, 대형마트는 제외 우려
업태별로 보면 대형마트의 부진이 가장 뚜렷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1% 감소해, 오프라인 업태 중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편의점도 0.5% 감소하며 역성장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백화점은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 증가에 힘입어 0.5%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편의점과 백화점 모두 3~5%대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전반적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백화점 업계는 3월까지 이어진 이상 저온 현상과 잦은 강설로 인해 봄 시즌 패션 부문에서 타격을 입었다. 해외 명품 브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5% 증가하며 전체 매출 감소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 같은 기간 가전·문화, 패션·잡화, 아동스포츠 등 대부분의 주요 상품군은 역성장을 기록했다.
하반기에도 유통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다. 소비심리가 여전히 위축된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이 단기적인 소비 진작의 촉매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편의점 업계는 4월부터 3개월 연속 역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다.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는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2020~2021년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대형마트는 사용처에서 빠지면서 월별로 5~10%대 매출 감소를 겪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택적 지원 정책이 유통업계 전반의 구조적 회복으로는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정 업태에만 혜택이 집중될 경우 유통 채널 간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단순 할인으론 한계…이제는 ‘오프라인만의 경험’으로 승부”
유통업계는 이번 오프라인 유통의 역성장이 단기적인 경기 위축을 넘어 소비 구조 전환의 신호탄이라고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쇼핑 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며 “대형마트는 더 이상 물리적 접근성과 상품 다양성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 역시 유통환경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계절성이 점점 불확실해지면서 계절상품의 수요 예측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른 재고 운영과 마케팅 전략 수립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단순한 가격 할인이나 판촉 경쟁을 넘어, 오프라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 제공이 생존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또 다른 유통 관계자는 “이제는 옴니채널 전략 강화와 함께, 체험형 콘텐츠나 지역밀착형 서비스 등 소비자가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만 한다”며 “단순 유통 공간에서 벗어나 경험 중심의 플랫폼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시대”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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