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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은 피했지만… ‘車 무관세’ 사라져 경쟁력 약화 불가피 [韓·美 관세 협상 타결]

입력 : 2025-07-31 17:55:20 수정 : 2025-07-31 22:39:41
백소용·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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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관세 영향은

日·EU, 2.5→15%로 관세 인상
韓, 0→15%로 늘어 부담 더 커져
현대·기아차 “관세 영향 최소화”
美 생산 늘리고 국내선 줄일 듯
전문가 “한·미 FTA 무력화” 비판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15%로 결정되며 자동차 업계는 일단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데 대해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누려왔던 경쟁우위가 사라지며 자동차 업계의 대미 수출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입된 미국산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뉴시스

◆최악은 면했지만 FTA 이점 잃어

 

31일 자동차 업계는 미국이 당초 제시했던 25%의 고율 관세를 피하게 된 데 대해 안도의 뜻을 나타냈다. 양국이 합의한 자동차 관세율 15%는 앞서 미국이 일본, 유럽연합(EU)과 합의한 관세율과 같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관세 협상 타결로 우리나라가 일본, EU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며, 자동차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없어진 데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해주신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한국이 누려왔던 무관세 혜택도 사라지게 됐다. 2012년 발효된 한·미 FTA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는 무관세를 적용받아 2.5%의 기본 관세를 적용받던 일본·EU에 비해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었다. 이번 관세 협상으로 일본·EU는 2.5%에서 15%로 12.5%포인트 인상에 그쳤지만 한국은 0%에서 15%로 15%포인트 상승해 실질적인 부담이 훨씬 높아진 셈이다.

 

수출 기다리는 자동차들 31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서 자동차 품목 관세는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15%로 정해졌다. 사진은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차량 모습. 평택=뉴시스

장기적으로 현대차·기아의 미국 현지생산 확대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공장을 통해 연간 3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했지만 미국 수요에는 못 미친다. 현대차의 경우 투싼과 싼타페 등 일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미국에서 생산하고 아반떼와 쏘나타 등은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협력사를 비롯한 부품업계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에서 차량 가격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현대차·기아가 미국 내 생산 물량을 늘리고 국내 물량은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부분 영세한 부품업체들이 15%의 관세 부과로 사실상 미국 수출이 불가능해진 것도 큰 타격”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FTA 무력화 숙제

 

이번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한·미 FTA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며 새로운 숙제를 남겼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일본이 먼저 (15% 인하) 협상을 타결한 후 전미 자동차 노조와 현지 업체 등이 반대해 미국 내부적으로 다른 나라에도 자동차 관세를 깎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 전개됐다”며 “시간을 끌다가는 미 자동차 노조가 계속 반발할 경우 후속 국가는 일본처럼 15%도 못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우리도 빨리 타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12.5% 인하에 역점을 두긴 했으나 15%는 미국이 마지노선으로 생각한 선”이라며 “저희는 조금이라도 기회가 포착되면 계속해서 1%포인트라도 관세를 더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최종 관세율이 일본·EU보다 불리하지 않더라도 FTA는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허정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전반적으로 선방한 협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FTA 포인트인 ‘0’에서 시작됐어야 하는데 양국 약속 훼손이라 본다”며 “현재는 자동차 한 품목이어도 향후 반도체에 품목관세를 부과하며 ‘대만에 10% 부과했으니, 한국도 10%’ 같은 논리를 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허 교수는 “반도체, 의약품에 최혜국대우 보장을 받은 점이 좋은 성과지만 어쨌든 미국 편의대로 결정할 선례가 생긴 셈”이라며 “대만과 한국이 같은 반도체 관세를 받는다면 그 또한 FTA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소용·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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